예로부터 한국의 아름다운 풍속중에 새해에 모여서 덕담을 나누고 축복하고 예를 갖추는 ‘신년하례’가 있습니다. 저에게는 매년 잊지 않고 가는 신년하례예배가 있습니다.바로 동문들이 모여서 하는 것입니다.
신학교에서 잊을 수 없는 가르침을 주신 서정운 총장님이 가까운데 거하시기에 그분을 종아하는 제자들이 사실 매년 1월 1일이면 총장님 댁에 세배를 하러 갔었습니다. 그러면 한팀이 가고, 또 다른 팀이 가고 하는 식으로 1일부터 3일까지 시간대 별로 인사를 드리러 갔었습니다.문제는 총장님도 제자들도 아닌 사모님이 문제였습니다. 거의 사모님이 식사를 준비하실래기 쉴 시간이 없으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2013년도부터는 아예 한번에 교회에서 모여서 인사를 드리고 예배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2013년도, 처음으로 그렇게 하기로 한해,대략 300여명의 동문 가족들이 모여서 인사를 나누고 예배를 드렸습니다.아주 멀리서 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기쁨으로 오신 길이지만, 밤에 송구영신예배를 드리고 잠깐 주무신후 4-5시간을 운전하여 오시는 길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같이 동문들 얼굴도 보고, 목회하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이야기들도 같이 나누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두세시간을 보내고는 다시 올라가셔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광고는 전혀하지 않고 카카오톡으로 남가주에만 있는 목회자들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한 150여명의 목회자들이 같이 모여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교회 음악과 출신 목사님들이 특송도 하시고, 여러가지 다채로운 행사를 가졌습니다. 드리어 총장님의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제목은 역시 ‘에벤에셀 하나님’이었습니다. 사무엘상 7장 12절 말씀 PPT로 설교제목이 뜨자 모든 동문들이 웃었습니다. 그날 말씀중에 이런 내용이 있으셨습니다.
어느 제자 선교사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는데, 아직 답을 보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은 선교지에서 병이 들어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와 수술을 여러번 했는데 쉽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카드네 ‘내년 이맘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라는 말을 남겼다는 것입니다. 무엇이라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여러분은 지금 여기에 있지 않느냐고 하셨습니다. 얼마전 떨어진 인도네시아 항공은 저가 항공입니다. 총장님이 인도네시아 선교사 출신인지라 불과 몇개월 전에 그 비행기를 여러 선교사와 같이 타고 선교대회를 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그 비행기에는 저희 한국의 교단 출신 선교사 가족이 타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에벤에셀 하나님을 붙잡자는 것이었습니다.
길지 않은 설교이셨습니다. 그러나 그 설교에 주는 의미가 역시 대단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소위 말하는 대형교회 목회자들부터, 10명, 20명을 데리고 목회하시는 분들까지 모여 있었습니다. 숫자가 그 자리에 모인 우리에게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거기서 거들먹 거릴 사람도 없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연약함과 부족함만이 있었던 것입니다. 에벤에셀 하나님이 아니시고는 살아갈 수 없다라는 것을 다시 느끼고 있었습니다.
신년의 덕담을 나누는 ‘신년하례’한국의 계급적, 제도적인 문화가운데 있는 문화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늘 가면 배우는 것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다라는 것입니다.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어른의 제자들을 향한 ‘사랑과 진정성’입니다. 그리고 그 배움대로 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서 오래전 선지동산의 갈급함이 일어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이렇게 새해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