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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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비 준비하시니...2025-01-20 08:24
작성자 Level 10

주일예배의 마지막 찬양은 한번 정하면 보통 6개월 이상을 부르기에 늘 고민하며 준비하게 되는데, 작년 7 31일 수요설교에 찬양을 소개하고 8 18일 주일 오전까지 찬양시간에 반복하여 부른 후에 그날부터 예배의 마지막 찬양곡은 ‘비 준비하시니’가 되었습니다. 이미 아는 곡이었지만 7월 내내 하였던 기도제목을 풀어준 찬양인지라 특별하였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하나님이 원망스럽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마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며 물으신 것 같은데 하나님을 원망해 본적이 없습니다. 척추수술을 할때도, 심장을 열었을때도, 그리고 사다리에서 떨어졌을때도, ‘왜 이런 아픔을 주십니까?’라고 묻지 않았습니다. 목사이기 때문이 아니고 부주의하고, 절제하지 못하는 제 성격에서 온 문제인데 왜 하나님을 원망하겠습니까? 도리어 늘 은혜가 있었습니다. 어느 집사님이 “하나님이 야곱의 환도뼈를 꺾으셨듯이 이번엔 목사님의 뼈를 많이 부러뜨려 고집을 꺾으셨습니다”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비록 저의 실수로 일어난 어려움은 늘 하나님이 예비하신 비를 준비하시는 시간입니다.

2019년 척추 수술을 하면서 혼자 한국에 나가길 원했습니다. 남자들의 로망인 홀로 좀 지내고 싶었던 것입니다. 집사람은 제 성격을 아는지라 끝까지 말을 안하다가 “당신 혼자 한국가면 교인들이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냐?”고 하며 저를 설득했습니다. 척추수술후 꼼짝하지 못하는 불편함 가운데 집사람이 없으면 내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라는 것을 알게 하셨고, 비록 척추 수술을 했지만 그 보다 더 귀한 노후의 가장 귀한 내편을 얻는 비를 준비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수술등 내 뒤를 돌보아준 총회의 이동조 총무가 훗날에도 함께 꿈꿀 수 있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2022년 내내 심근경색을 겪었지만, 애써 부인하며 혀밑에 넣는 나이트로겐과 약으로 버티다가 결국 심장을 열었습니다. 결과는 실패! 그 이후로 2년동안 응급실을 여섯차례에 걸쳐 들어가며 제 몸엔 11개의 스텐트가 들어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병원에서 괜찮다는 말을 믿고 살지 않게되었는데 수술후에도, 수술 실패후 스텐트를 넣었을때도, 그리고 얼마전에도 늘 들었던 말은 괜찮다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나의 인생이 어떨지 모른다 생각하니 그날 이후로 삶은 더욱 단순해 지기 시작했고 삶이 단순해지는 순간, 나누는 것은 더 쉬워졌고 하나님과 가족을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생명처럼 사랑하는 교회를 어떻게 만들겠다라는 생각보다 하나님 나라에서 다같이 만나는 은혜를 비를 준비하는 것이 옳다 생각하게 되었고 심장을 연 이후로 구원, 복음의 비를 준비하시는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열망중에 하나인 구원론이 정대연장로님의 수고로 예배전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슴을 연후에 하나님이 준비하신 비입니다.

1월에 뼈가 금이가고 부서지고 하는 일을 겪었지만 놀랍게도 얼굴, 어디하나 상처난 곳이 없고, 눈에 쌍꺼풀이 생기니 얼굴이 더 좋아졌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번에도 하나님이 준비하신 비를 보게 됩니다. 보배로운, 마치 예비한 듯이 말씀을 준비하시는 노련한 최상준 목사님, 성품이 온유하셔서 형님에게 땡깡부리듯 부탁하면 거절못하시고 들어주시는 목사님은 하나님이 미리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거기에 EM목사의 경험을 가지고 새벽에 유머와 편안함으로 말씀을 전하는 송정훈 집사, 그리고 마치 이때를 위해 신학을 하셨던 것처럼 말씀을 전하시는 벤정 장로님(장로님은 처음에만 좀 떠셨던 것 같고, 이제 마치 익숙한 강단이신 것처럼 깊은 은혜를 부어주십니다)

그리고 부임 첫날 목사의 부재를 마치 알았던 것처럼 모든 것이 다 준비된 송인서 전도사님! 전도사님이 전하는 말씀을 들어보면 지성과 영성의 겸비는 이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디있다 지금 나타났나 싶고 거기다가 미리 미리 모든 것을 준비하시는 당회 장로님들....

하나님은 제 인생에 또 무슨 비를 준비하실지 자꾸 궁금해 집니다. LA에도 비가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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