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섬겼던 무궁교회
장달윤 목사님이 신학대학 채플시간에 설교를 하셨습니다. 그때 설교의 본문은 사도 바울이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
헬라인에게는 헬라인처럼 이라는 고린도전서 9장의 말씀을 가지고 설교 제목이 ‘목사는
카멜레온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설교의 방향은 엄청났습니다. 감동을 받아서 였을까요? 아닙니다. 설교를 듣는 도중에
나가버리는 신학생들도 있었고, 끝까지 예배이기에 참석하였지만 마음들이 어두었습니다. 목사는 교인들을 위해, 늘 카멜레온처럼 변신해야 한다는 말인데, 신학생들은 목회자들은 어디서나 목사이어야 한다는 말을 더 원하였던 것입니다. 당시 시대에서
요구하는 목사는 거룩하고 표리부동하지 않은 목사를 원했지, 교인들의 상황을 따라 대처해야 한다는 카멜레온의
목사님이 욕을 먹으니, 마치 제가 욕먹는 것처럼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저는 목회하면서 카멜레온보다는 목사는 광대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주 추수감사절 예배때 설교를 시작하며 잠깐 저의 주특기인(?) 춤을 추었습니다.
예배가 끝난 후 어느 권사님이 “목사님 저는 목사가 설교하며 춤을 추는 특별한 경험을 오늘 했습니다” 말씀하시며 웃으시는
것이 싫지는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말씀은 안하시지만 불편해
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EM과 같이 안드리는 추수감사절인지라
그날 저는 교인들을 위해 광대처럼 변하기로 마음을 먹었었습니다. 예배후 설거지 명단에 이름이 올라 처음으로 설거지를 했습니다. 하다보니 참 좋은 점이 있었는데 함께 하는 제임스 집사님과도 이선형집사님과도 오랜만에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설거지 하는 것을 마음아파하는 분도 계셨지만, 사실 그날 설거지는 제가 자원한
것입니다. 매번 설거지를 도맡아 하시는 집사님 장로님들이 계셔 죄송하기도 했는데, 교인들이 제가 설거지하는 곳에 오셔서 사진도 찍고 파이팅 외치시기도 해서 나름 좋았습니다. 이젠 때때마다 설거지하러 가려고 합니다. 저는 교인들이 즐거워 하면 그냥 좋습니다.
카멜레온, 광대... 목사님이 가르쳐 주신 카멜레온 보다는 광대가 좋습니다. 슬퍼도 관객들을 위해서 라면 웃음을 짓는 삐에로처럼 교인들을 위해서 라면 울고 웃고 그럴 수 있는 광대이고 싶습니다.
제가 꿈꾸는 목사는 인간 냄새나는 목사입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닌, 정말 인간 냄새나는 목사이고 싶습니다. 인간냄새나는 목사는 자기의 감정을 다 드러내는 목사도 아니고,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기며 거룩해
하는 목사도 아닙니다. 인간냄새 나는 목사는 웃는 광대의 모습인데, 그 모습에서 웃는데 울고 있는, 우는데 웃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는 목사입니다.
아직 그 경지에 이르러면 멀었지만 꿈꾸는 목회상입니다. 목사님께 카멜레온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광대처럼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천국 가신지 8년이 지나갑니다.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갑니다. 벌써 12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