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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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계신 듯, 안 계신 듯(김순성 사모님 추모하며)2024-09-09 06:10
작성자 Level 10

목회를 가르쳐 주신 장달윤 목사님은 교회 사모에 대해서 “좋은 교회는 사모가 누군지 잘 모르는 교회가 좋은 교회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섬겼던 무궁교회는 사모님이 누군지 정말 모르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사모님은 조용히 예배만 드리시고 일절 교회활동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을까요?

사모님은 목사님 뒤에서 어려운 일들을 처리하고 힘드신 분들을 만나고 위로하는 일들을 하셨습니다. 지금은 찬양팀 반주를 하지만 저희 집사람도 제가 피아노에 앉지 못하도록 해서 아주 오랫동안 반주를 돕는 것을 못하였었습니다.

김순성 사모님.

김순성 사모님이 전형적인 계신 듯, 안 계신 듯하신 사모님이셨습니다. 늘 온화한 미소와 평생 절대로 화내시지 않으실 것 같은 성품을 가지고 계셨지만, 소천하신 김광철 목사님이 하시는 모든 일에는 늘 뒷바라지하셨습니다.

김광철 목사님이 평생 찬양하시는 것을 좋아하셔서 목회자들끼리 때때마다 특송을 했는데, 그 스케줄을 잡기 위해 전화하시는 것은 사모님이셨습니다. 아마 목사님이 “김 목사에게 전화를 넣으라.” 하시면 순종하시고 전화하시는 것입니다. 사모님은 목사님이 목회하실 때도, 어떤 오해를 받으실 때도 늘 조용히 찾아오셔서 그런 모든 일들을 조용히 잘 처리하셨습니다. 모든 분이 사모님을 보면 이미 마음이 녹을 정도로 온유하신 분이셨습니다.

억울한 일이 있으셨습니다. 어느 여자분이 자신이 한국에서 사기를 당한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목사님과 이름이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저보고 돈을 받아 달라는 것인데, 이분이 그 말을 다른 분들에게까지 말하고 다녔습니다. 제가 시기를 물어보니 어느 때라고 합니다.

사모님은 참 지혜로우셨습니다. 당장 가지고 오신 것이 오래전 사진들입니다. 특히 목사님이 1985년도 부산의 학교 교목으로 있으셨던 앨범과 사진들입니다. 저 같으면 길길이 뛸 일을 교회를 걱정하시며 자료를 가지고  저에게 말씀하셨고 저는 그 사진들을 가지고 그분을 만났었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던 그분은 미안하다, 오해했다는 한마디 없이 교회를 떠나셨습니다.

제 방에는 작년에 사모님이 만드신 1천 개의 퍼즐로 맞춘 그림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만든 것, 선물하신다고 하시며 주신 것입니다. 그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 때때마다 보게 됩니다. 그 퍼즐 그림 속에는 계신 듯, 안 계신 듯하신 사모님의 느낌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습니다.

(김순성 사모님을 쓰러지신 지 3일 만에 잠드신 채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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