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애지중지 보관하여 일년에 딱한번만 들었던 LP(비닐 레코드)가 있었습니다. 청계천 뒷골목을 뒤지고 뒤져 산 G clefs의 I understand가 수록된 레코드 판인데, 이곡은 12월 31일되면 울려퍼졌던 Auld Lang Syne(올드랭사인)이 전주로 흘러나오고 그리고 노래가 나와 12월 마지막 날이 되면 DJ들이 늘 틀어주었던 팝송이었습니다. 가사의 뜻도 모르면서 누나가 알려준 노래였고 선율이 좋아 따라부르다가 고등학생이 되어 중고판을 구한 다음에 일년 내내 보관하다가 오로지 12월 31일 폼잡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세월이 흘러감도, 뒤를 돌아볼 생각도 없이, 오로지 다가올 새해가 기대되는 10대 열혈 청소년 이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 지나가는 한해는 아쉽지도 않았고 제발 1월 1일이 되라 소리지르고 싶었던 시기였습니다.
나이를 먹었는지 유투브에서 노래를 찾아 듣는데, 오래전 기억에 눈물이 납니다. 이젠 약해진 누나 생각도 나고, 노래를 들었던 옥탑방도 생각이 나고...
친구들도 생각이 납니다.
노래의 마지막은 I understand 이라고 말하며 끝이 납니다. 가사의 내용은 당신이 왜 나를 떠나가는지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그리우니 다시 와달라고도 애원도 합니다.
우리가 이해하는 것은 지나간 것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월은 다시 오지 않지만 흔적은 추억은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저의 몸에는 수술 흔적이 길게 남았습니다. 흔적을 만져보며 1월 달 병원생활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비록 병원에 있었지만, 교인들 사랑, 가족사랑을 너무 많이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유투브로 노래를 찾아 들으며 올해 있었던 일들을 추억합니다. 하나님 나라로 먼저 떠나간 교우들도 떠오릅니다. 병실도 떠오르고 잠못이루던 밤도 떠오릅니다. 모두 소중한 삶의 이야기들입니다. 시간이 지나가는데, 삶의 흔적이 이야기로 남습니다.
2023년도가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