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곳에는 상징물이 있습니다. 파리엔 에펠탑, 뉴욕엔 자유의 여신상, 광화문엔 이순신 장군상, 그리고 오렌지 가나안 장로교회엔 세 개의 종이 달려있는 종탑...
제가 자란 연희동의 교회에도 높은 종탑이 있었고, 밑에서 줄을 당기면 소리가 나는 종이 위에 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종탑 아래엔 방공호(전쟁 시 폭탄이 떨어지면 피해 들어가는 곳)가 있었습니다. 새벽이 되면 아버지는 그 종을 치셨습니다. 주일날도 종을 치셨습니다. 처음 종소리는 주일을 알리는 종소리였고, 두 번째로 종을 치실 땐 이제 곧 예배가 시작되어진다는 소리였습니다. 종소리가 너무 좋아 아버지를 따라 종을 쳐보겠다고 줄을 당겨 보았는데, 소리가 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종을 칠 실력도 없었지만 생각해 보면 10살도 채 되지 않은 나이였습니다. 아버지가 함께 줄을 당겨 소리가 나면 우쭐거렸습니다. 종소리는 당시 시계가 없었던 분들을 깨우는 소리였고, 주일날 울리는 종소리는 영혼을 깨우는 소리였습니다.
어느 순간 종소리가 소음이라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종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든 글로브에 있는 루터란 교회는 지역 주민들이 동의해서 지금까지 교회의 차임벨이 12시가 되면 아름답게 울려 퍼집니다. 교회 사무실에 어느 분을 만났다가 차임벨 소리가 울릴 때 아버지가 그리워 눈물이 났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교세라면 아마 그 교회도 머지않아, 지역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 아니고 교인 수가 줄어 교회 문을 닫을지 모릅니다.
처음 교회에 왔을 때부터 걱정되었던 것이 바로 종탑이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가장 아래 종이 달려 있는 나무가 한쪽이 내려앉았기 때문에 나무가 더 기울어져 종이라도 떨어지면 큰일이겠다 싶었습니다. 썩은 기둥엔 새들이 들어가 살았습니다.
12년 만에 당회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 결정하고 이번 주부터 종탑 수리가 시작됩니다. 종을 받치는 나무 기둥을 교체하고 종은 내려 다시 도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무를 바꾸고 종을 내리는 일이 워낙 위험한 일이라 커다란 중장비가 동원됩니다.
종은 나무로 만든 것이라 쇠로 만든 종처럼 소리를 내지 못하지만, 그 안에는 스피커가 연결되어 있어, 세상에 예수님의 소리를 알렸었습니다. 이제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영혼을 울리는 종소리가 지역 주민들에게 아름답게 울리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