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신학교를 졸업한지 25년이 됩니다. 졸업 25년이 되면 동문들이 모교를 방문해서 그간에 있었던 목회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고 모교엔 발전기금을 전달하는 등의 일을 합니다. 올 초부터 흩어져 있던 동기목회자들이 카톡을 통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단체로 모인 카톡 방에서 처음엔 너무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동기들의 목회여정과 삶의 이야기를 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늘 젊다라고 생각했던 동기들의 머리엔 서리가 내리고 이미 돌아가신 분들도 있습니다. 수많은 동기들이 선교지와 해외에 나가있다는 사실도 알았고 한국의 굵직한 교회에 우리 동기들이 대부분 자리를 잡고 있어, 돌아가면서 모이는 아름다운 사진들이 올라와 은근히 같이 못함을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름다울 것 같았던 24년간의 그리움은 잠시였고, 의견이 다른 교단의 결정 문제 때문에 카톡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목회자들 마음을 나누게 만든 것은 바로 명성교회 세습 문제입니다.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많았던 명성교회 세습의 문제는 우리 교단의 큰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목회하는 동기들에게는 이 문제가 남의 교회문제가 아닌 본인들의 문제처럼 다가왔습니다. 교회가 세상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을 받는 것이 고통스러웠던 것입니다. 그리고 유난히 이 문제를 총회에 문제제기 하는 동기 목회자들이 많았고 그 중에 한사람이 새문안 교회 이상학 목사입니다. 그러자, 올 총회엔 이상학 목사가 이단이라는 충격적인 제보가 들어와 심의를 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동기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집단으로 성명서 내고, 이번 총회에서는 우리가 신상발언을 끊임없이 하자는 이야기가 카톡방에 나왔습니다. 분위기가 상당히 격앙되어있었고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동의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카톡 방의 본질적인 목적을 훼손할 수 있는 일인지라 회장을 맡고 있는 목사가 ‘이 카톡방은 오로지 내년 모교방문을 위한 카톡이니 그런 의견들은 다른 자리에서 올렸으면 좋겠다’ 공지했습니다. 그러자 반발한 동기 목회자들이 마치 ‘나와 생각이 다른 너는 틀렸어’ 시위하듯이 카톡 방을 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회장은 그런 목회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카톡 방에 불러들였습니다. 얼마전 장신 교단 총회는 명성교회 문제는 더이상 거론되지 않는 쪽으로 결론내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카톡은 다시 술렁거렸습니다. 이번에 동기들의 격양된 모습에 부담을 느낀 명성교회 측과 가까운 동기들이 카톡 방을 나갔습니다. 이번에도 회장은 그들을 다시 초대했습니다.
카톡을 들어가고 나가는 모습이 완전히 정치판의 아이들과 같습니다. 초대하자마자 다시 나가고 또 초대하고 또 바로 나가는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마치 난 너희들하고 안놀아 하는 아이들 모습입니다. 목회를 대부분 20년을 넘게한 목사들의 모임이 이지경이니, 국민들은 어떨까 절로 가슴이 아파옵니다. 하나됨 참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