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아마존에 갔다가 개들에게 물린 후 아무래도 제 몸에 개의 DNA가 흐르는 것 같습니다. 내가 과민한 것 같다구요? 절대로 아닌 근거가 많습니다. 그건 여러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개들이 저에게 가장 심하게 짖거나, 달려들기 때문이고 그때마다 ‘이놈들을 그냥’하며 소리를 지르고 싶은데, 다리를 오므리고 가만히 서있게 됩니다. 심지어는 같이 걷는 우리 집사람 뒤로 몸이 절로 갈 때가 있습니다.
큰개는 그럴 수 있다구요?
동네에서도 동네북과 같은 작은 개가 있는데, 그놈은 어린 아이가 지나가도 조금 짓다가 째려보면 꼬리를 내리는 편인데, 저를 보고는 아주 가소롭다는 듯이 으르렁 거릴 뿐만 아니라 째려보면 꼬리를 내리기는커녕 끝까지 달려들 태세입니다.
8년 동안 만만한 개를 못만나, 인간 체면이 말이 아니었는데, 이번 주에 드디어 만만한 개를 만났습니다. 어느 교우 집을 방문했는데, 벌써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 ‘아 오늘도 개에게 당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같이 간 분들이 계신데, 절대로 두려운 표정은 짓지 말자 결심 또 결심을 했는데, 예배를 드리려고 하자, 아니나 다를까 그놈이 바로 제 옆에 앉는 것입니다.
‘이런 영적인 놈... 내가 가장 우스운 것을 알았구나...’
어떻게 해서든지 이놈과 눈이 안 마주 쳐야지. 내 눈을 보면 더 우습게 여길지 모르니...
권사님이 속도 모르고 ‘어마 얘가 목사님 알아보네...’ 하시기에 속으로 ‘권사님 저를 목사로 알아보는 것이 아니고 만만한 놈으로 아는 거에요...’
그런데, 이 놈이 가만히 제 옆에서 설교를 경청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듣는 개의 머리를 8년 만에 처음으로 쓰다듬었는데 9살이라고 합니다.
하나님의 축복이 임한 날입니다. 역사적인 날입니다. 드디어 개의 트라우마에서 떨쳐질 수 있겠다. 집사람도 전도사님도 그렇게 말해 줍니다. 하나님이 8년간의 묶임에서 풀어주신 행복한 날입니다.
오늘 그 쪼그마한 개를 보면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저녁에 동네를 한바퀴 돕니다.
다행히 그놈이 보이지 않습니다. ‘짜식. 무서워 도망갔구나’ 가슴을 펴고 도는 순간 ‘멍멍멍’ 짓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 조그마한 개가 나를 보고 짖습니다. 소리를 쳐야 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오늘도 눈이 안마주치려고 계속 걷습니다. 그놈의 주인이 그놈의 목에 줄을 걸어놓은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개가 사람이 더 무섭다고 합니다. 자신을 살려준 개를 보신탕집에 판 주인 이야기가 연일 나옵니다. 개는 주인을 안다는데, 개들은 주인의 말을 듣는데 저는 때때마다 하나님의 음성을 안 듣습니다. 개가 무서운 것이 아니고 사람이 무서운 게 맞습니다. 누군가에게 무서운 존재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