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교회를 몇 번 방문하셨던 서정운 총장님이 인도네시아 선교 50주년을 맞아 선교특강을 가시게 되었습니다.
가셔서 하실 특강 원고를 보내주셨는데, 거기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2019년, 중국 상하이에 있는 푸단(Fudan)대학교에서 열린 3.1운동 및 대한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 가서 여러 학자들의 논문발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잊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뚜렷하게 기억하는 것이 있습니다. 거리마다 있던 공산당 선전 구호입니다. “불망초심(不忘初心).” 공산당 혁명 정신을 상기시키는 구호였습니다. 섬찟했습니다. 사실, 우리야말로 불망초심 해야 합니다.
선교대회에서 하실 말씀이니, 아마 대상은 현지 선교사님들, 그리고 목회자들일 것입니다.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처음 가졌던 마음을 잊을 때가 많습니다. 선교사가 목사가 그 처음 마음을 잊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선교지가, 목회지가 아마 너무 힘든 황무지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한국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은지라, 먼 길 가시는 어른이 걱정되어 찾아뵈었습니다. 시차 적응에 애먹었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총장님은 한국에 가서는 3일 동안 아무것도 못 하시고 거의 누워만 계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교대회 3일 전 한국에 들어가 몸을 추스르고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선교대회를 삼일 동안 인도하시고 돌아와 또 한국에서 며칠 머물고 돌아오시는 일정입니다. 인도네시아 선교사 시절 말씀을 들었습니다. 오랜만이라 사모님이 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선교지의 사모님들이 더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모님만 두고 인도네시아 정글을 다니던 때에 돌아와 보니, 침대 밑에 뱀이 들어가 살고 있었다는 말씀, 사모님이 너무 놀래실까봐 모른 척하고 뱀을 내쫓았다는 말씀, 사모님이 댕기열로 인해 거의 사경을 헤메이셨다는 말씀... 그렇게 오래전 선교사님들이 그렇게 복음을 전하러 다니셨던 여정이 눈에 선하게 들어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어느 인도네시아 목회자들 모임에서 한인 선교사들을 향해 “혹시 오래전에 우리 나라에 왔던 서 목사를 아느냐? 그가 우리에게 복음을 전하였다”라고 말을 듣고, 선교사로 나간 제자들이 총장님께 그 말씀을 전달해 주고 훌륭하게 지도자가 된 목회자들을 다시 만나게 된 이야기들... 이제 나이가 80이 넘으셔서 50년 전에 복음을 전하였던 곳에 다시 들어가셔서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씀을 하실 때, 얼마나 울림이 클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늙으신 어른의 모습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저 마음은 본받고 싶다 라는 간절함이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