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이 제발 좀 버리라고 말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많은 것은 책인데 참 버리게 안됩니다. 10년이 지나도록 다시 안본 책들이 절반이 넘지만 왜 그렇게 못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설교한 것들도 다 폴더에 넣어 오랫동안 보관하다가, 구글 드라이브로 카피해서 저장하였습니다. 그렇게 저장된 것들은 20년이 넘는 것들입니다. 저장은 되었지만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지난 목요일 저녁 12시 33분에 제 구글 계정이 해킹당했습니다. 사실 그때 해킹 당한 것은 아니고 그보다 며칠 전이었습니다. 구글 계정에 있던 제 카드 정보를 가지고 아주 적은 금액으로 제 카드 결재들이 이루어졌는데, 제가 그것을 감지하지 못하자, 밤 12시에 제 모든 계정을 바꾸어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것을 제가 알아차린 것은 금요일 새벽 4시입니다. 습관적으로 이메일을 체크하는 버릇이 있는데, 제 핸드폰의 이메일 체크가 안되는 것입니다.
그때만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몰랐습니다. Gmail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을 때 등록된 전화번호로 인증번호를 보내주는데, 제 전화로는 전혀 인증번호가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해킹한 사람이 인증번호 받는 전화마저 번호를 바꾼 것입니다. 새벽예배 갈 시간은 다녀와 할수 없이 교회를 갔고, 그날 오전엔 병원에 가야할 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엔 오래전부터 했던 약속이 잡혀 있었습니다. 약속을 취소할 수가 없어, 만남을 가지면서 일 처리를 아이들에게 부탁했는데, 때때마다 전화와 문자가 오기 시작합니다. 많은 문자는 은행과 크레딧 카드회사에서, 그런데, 낯선 번호의 메시지가 옵니다. 걸면 전화는 안되는데, 바로 해커에게서 오는 전화인 것이 느껴집니다. 문자는 단 한마디
“hello”
제가 문자로 반응하면, 돈을 요구한다던지, 혹은 다른 것들까지 문제가 될 수 있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방법을 찾아보아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제 어리석음입니다. 저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다 생각하지 못했고 그런 비슷한 일이 있어도 나는 뭐 잃을 것이 별로 없으니 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카드로 확인한 항목만 대략 100여개가 넘었습니다. 이미 나간 것, Pending인 것...
일일이 대조하고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을 딸하고 함께 했는데, 경험있는 분들이 나중에 다시 다 회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잃어버린 것 중에 가장 큰 것은 돈이 아닌 추억입니다.
구글에서 만든 ‘구글 드라이브’는 구글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제 ID로 만든 그곳에는 제 미국생활 가운데 했던 설교와 칼럼등 모든 자료가 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사진들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전화기로 찍은 사진들과 작성한 문서도 자동으로 드라이브에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비밀번호가 바뀌면서 제가 그것에 접근할 방법이 사라진 것입니다.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 구형 컴퓨터에 있는 자료들, 그리고 여기저기 담아놓았던 사진들을 다시 다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하나님께서 ‘이전 것은 기억하지 말자, 앞으로 나아가자’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던 것들입니다. 버리라고 해도 버리지 못한 것들, 하나님이 가끔은 강제적으로 버리게 하실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버려야 할 때 버리지 못하면 참 아플 수 있습니다. 버려야 채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