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많은 교회들이 송구영신예배를 보통 12월 31일 밤11시부터 드려 신년을 맞이하는데, 교회에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예배드린 후 운전하며 돌아가시는 것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해부터 늦잠을 자는 것이 별로 좋지 않다 싶어, 대략 15년 전부터 신년예배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송구영신예배는 한국교회의 전통이라 생각합니다만, 이것은 원래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 목사님이 드리던 제야예배가 미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들에 의해서 한국에 소개가 된 것입니다(UCLA옥성득 교수 저서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 당시 조선에 있던 선교사님들이 12월 31일 밤이 되면 모여 철야로 기도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참 대단한 선교사님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에게 남는 송구영신예배를 뽑는다면 1995년 첫 전도사로 나가서 드렸던 송구영신예배입니다. 수천명이 모이는 교회이고, 유난히 은혜를 사모하던 교회였기에 대부분의 교인들이 송구영신예배에 참석했었습니다. 그냥 예배를 드리고 끝이 나면 대략 새벽 1시 정도 될텐데, 특별 행사가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한해 하나님이 나에게 주시는 말씀’이라고 해서, 말씀 카드를 마치 제비뽑듯 하는 것이었습니다. 신학을 하는 입장에서 ‘저게 뭐하는 것인가’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교인들을 보고는 회개했습니다. 교인들은 정말 순전한 마음으로 말씀을 뽑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다 갑니다.
수천명이 말씀카드를 뽑고, 열성있는 부모님들은 자식들까지 다 말씀카드를 뽑도록 하니, 시간이 2시가 되도, 3시가 되도 끝나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교역자들은 그 시간이 다 끝날 때까지 예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기도했고, 모든 교인들이 다 말씀카드를 뽑고 나서 교역자들도 담임 목사님 앞에서 카드를 뽑았습니다.
아마 새벽 3시가 훨씬 더 넘은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제가 뽑은 말씀은 창세기 12장 3절의 말씀이었습니다.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 제가 담임하던 중등부 교사들이 “전도사님은 무슨 말씀입니까?” 물으셔서 그냥 우스게 소리로 “제가 축복하면 복을 받는다는 말씀입니다”하고 말씀 드렸더니, 그 늦은 시간에 교사들이 한분씩 저에게 기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너무 당혹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드리고 싶었던 말씀은 “이건 그냥 뽑은 말씀중 하나일 뿐입니다. 만약에 어린 아이가 이걸 뽑았다면 그 아이에게 기도 받으시겠습니까?” 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대부분 안수집사님들 이셨던 교사분들의 눈에 보이는 간절함에 아무 말씀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마음이 간절해 졌습니다. 한분 한분, 함께 교회를 섬기는 분들을 위해 그렇게 기도했습니다. 오늘 사랑하는 교우들을 향해 기도하는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주님 사랑하는 교우 한분 한분, 하늘의 신령한 은혜의 복을 내려 주옵소서. 모두 건강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