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아이들 ‘Ride’라고 할 것입니다. 한국처럼 버스나 걸어서 학교를 가기 보다는 늘 부모들이 데려다 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방과 후 여러 가지 활동에도 라이드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자라날 땐, 부모들의 스케줄이 아이들 픽업하는 시간에 맞춰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교인들을 보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는 손주들 데려오시는 것이 일인 것도 보게 됩니다.
미국 초창기, 바쁘신 학부모를 대신해서 자녀들을 학교에서 집까지 데려다 주는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쉽지 않은데, 남의 집 아이들을 기다렸다가 데려오는 일은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있다 보면 약속 시간을 어기기 일수였고, 어느 날은 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다 나갈 때까지 아이들을 찾아 기다린 적도 있었는데, 돈을 받고 일을 하는 입장에서도 힘든 일인데, 부모님들은 오죽 속이 터질까요?
위의 두 아이는 일찍 면허를 땄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막내는 운전 배우는 것 자체를 싫어했습니다. 예준이는 가고 싶은데도 많았고, 보고 싶어하는 곳도 많았습니다. 야구경기를 버스타고 갔다가 10시 넘어 데려오라고 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예준이가 운전면허를 따면 얼마나 좋을가 생각했지만, 아이가 자신없어 했습니다.
교인이 운영하시는 마켓에서 예준이가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감사하게도 교우가 예준이를 데리고 운전 필기시험을 가르쳤고 예준이는 필기 시험을 두 번째에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운전은 운전자 학교에서 몇 번 하고, 나머지는 제가 가르쳤습니다. 면허 따기가 조금은 쉽다는 웨스트민스터에서 몇 번 연습을 했고, 그리고 예준이는 한 번에 실기운전에 합격했었습니다. 그날 온 가족이 마치 사법고시 패스한 것처럼 한국에서, 미국에서 온통 난리였습니다. 그리고 20만 마일이 넘은 차를 애지중지하며 열심히 운전한지 4개월이 지나갑니다. 지금은 언제 예준이 Ride해 주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지난 주일날 감사기도를 드릴 때, 다른 기도제목은 그렇지 않았는데, 예준이 운전하게 하신 것 감사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랬습니다. 예준이가 운전하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요즘 집사람이 예준이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이렇게 빠르게 혼자 운전할 시간이 오는 줄 알았더라면 Ride 해 줄 때 좀 더 잘할 걸 하고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많은 것들이 참 미안할 뿐입니다.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해야 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