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가나안장로교회를 섬기면서 치아 걱정을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오렌지 카운티에서 가장 세밀한 손과 눈을 가진 이상욱 장로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치아는 아니었는데, 장로님을 만난 후 건강한 치아로 변했습니다. 그후에 만난 정대연 장로님은 유난히 이가 약한 예림이의 선생님이 되어 주셨습니다.
계실 때는 몰랐는데, 두분이 은퇴하고 나니 아쉬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두분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은퇴를 하셔서 할 수 없이 치과를 교회 근처 히스패닉 의사들이 하는 곳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교회에서 5분이면 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가 시려 갔더니 충치가 생겼다고 하며 두곳에 크라운을 씌웠습니다. 얼마간 편했는데, 일년이 못되어 모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된지가 3주가 지났는데, 차일 피일 미루다 보니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일단 딱딱한 것은 못씹게 되었고, 가벼운 것 외에는 먹을 수가 없습니다. 하루에 양치질을 다섯 번 이상 하는 것 같고, 치실을 곳곳에 두게 되었습니다.
이번일을 통해 치아 때문에 고통하는 분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왜 어른들이 가벼운 것들만 드시려고 하는지도 이해 됩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라는 말‘치망순역지(齒亡唇亦支)’는 중요한 것이 없어지면 다른 것으로 대신하고 버틴다는 인내의 뜻이지만, 실제로 이가 약하신 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잇몸으로는 어느 것 하나 드시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방치하면 다른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먹사에게서 벗어나는 것도 좋습니다. 교인들과 식사를 하면 맛있게 먹어야 하는데, 일단 딱딱한 음식, 고기 종류는 거의 안먹게 됩니다. 요즘 가장 맛있는 것이 집사람이 해주는 오트밀입니다. 젊은 날엔 쳐다보지도 않던 오트밀이 세상에서 제일 편하게 입으로 들어갑니다.
나이가 드셔서 가장 복된 것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무거나 드셔도 소화잘시키는 능력아닐까 싶습니다. 잘 드시고 견디시는 분들이 복되다 싶습니다.
청와대에서 음식을 만드시는 분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할땐 ‘수라상’이 나올 것 같은데, 대부분 아주 소식을 한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는 위장장애를 가지셨던 분은 그나마도 아주 가벼운 음식외에는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도 이가 안좋아 드실수가 없다면, 위가 안좋아 드실수가 없다면, 그가 가진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건강한 치아를 가진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어른들이 이가 아파 하시면 이해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견디지 못합니다. 당해보지 않으면 다 모르는 일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