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을 시작한 2001년도에 함께 지내던 최은석 목사님(샌프란시스코에서 목회) 그리고 최원규 선교사(세브란스 선교센터 원장)네와 멀리 가본곳이라고는 늘 산타바바라였습니다. 1박 2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2박 3일로 2001년도에 그랜드 캐년, 자이언 캐년, 브라이스 캐년을 다녀왔습니다. 말도 안되는 스케줄이지만 수요일 전에 와서 예배를 인도해야 하는 우리들 입장으로서는 선택이 없었습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고 사진을 찍는 일정이었지만, 처음 그랜드 캐년을 보았을 때 실물로 보이지 않고 사진처럼 느껴졌던 그 순간, 그 짧은 순간에 전율과 같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였습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의심해 본적이 없지만, 그 위대하신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라는 사실에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그랜드 캐년을 갈때는 돌아가신 장달윤 목사님을 모시고 갔었을 때입니다. 똑같은 임재를 경험했습니다. 그때 함께 살던 김성봉 집사가 그 많은 미국사람들 앞에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를 불렀습니다. 부끄러울 만도 한데,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앞에 압도된 피조물이 하나님을 찬송하는 그 목소리에 모두들 감동 하였습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그랜드 캐년은 모세가 하나님의 임재가운데 있었던 시내산 같은 곳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지나치듯 갔던 그랜드캐년을 걷고 싶었습니다. 족저근막염에 좋은 양말을 준비했고, 신발엔 두꺼운 깔창을 준비했습니다.
월요일 저녁에 그랜드 캐년에서 일몰을 보았습니다. 무리하다 싶었지만, 꼭 보고 싶었습니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일몰이었습니다. 그리고 화요일 새벽 5시 30분에 일출을 보려고 다시 그랜드 캐년을 보러 갈 때에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길이 얼지도 모른다는 주의도 있었지만, 집사람과 무작정 차로 일출이 가장 아름답다는 곳으로 갔습니다. 비는 내리고 사람들은 없고 살을 베는 듯한 찬바람에 너무 추웠지만, 일출 예정시간인 6시 41분까지 기다릴 때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하늘에선 비가 아닌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동쪽 끝에선 태양이 아주 환하게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대편 캐년 골짜기엔 무지개가 떴습니다. 그렇게 태양이 우리에게 얼굴을 보여준 시간은 대략 5분...
급한 바람과 더불어 눈비가 쏟아집니다.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나님의 솜씨를 감탄하며 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South Rim의 마지막 장소엔 시편 68편 4절이 들어가 있는 동판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노래하며 그의 이름을 찬양하라 하늘을 타고 광야에 행하시던 이를 위하여 대로를 수축하라 그의 이름은 여호와이시니 그의 앞에서 뛰놀지어다”
야곱이 세겜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을 때 그는 처음 부모님을 떠나 꿈을 꾸었던 베델을 생각하며 가족들을 데리고 ‘베델’로 올라갑니다. 그는 베델에서 만났던 하나님을 기억한 것입니다.
저에겐 그랜드 캐년에서 만났던 하나님의 임재를 찾아 다시 온 것이 12년 만입니다. 여전히 하나님이 계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