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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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Nomadland2024-02-07 11:49
작성자 Level 10

동네를 걷다보면 분위기를 망쳐놓는 차들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낡은 RV입니다. 저희 동네에는 유난히 오래된 RV들이 많습니다. 버스도 있고, 트럭위에 RV가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대부분 20년에서 30년 된 차들입니다. 

일 년에 한 두 차례 움직였을 것이지만, 대부분 수년 동안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저건 저 집의 큰 짐이겠다”라는 생각을 하지만, 9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정말 부러웠습니다. 은퇴하면 집사람과 저런 차를 타고 온 미국을 돌아다니면 좋겠다 생각했었습니다. 아마 한국에서 미국을 동경했던 사람들의 삶이 아니었을까요? 

대부분 소형차를 몰고 다녔던 한국의 8-90년대, 영화에서 보면 차들이 대부분 클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여행용으로 타고 다니는 RV같은 것이 소개되면 ‘저곳이 천국이지’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더구나 RV에 부엌, 화장실, 침실까지 되어져 있어, 어느 한적한 곳에 차를 대고, 밖에 야외 테이블을 편다음에 떨어지는 석양을 보며 커피 한잔하는 낭만이 그림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삶이 그런가요? 

RV는 돌아갈 집이 있을 때 좋은 것입니다. 만약에 돌아갈 집이 없이 RV에서 산다면 어떨까요? 


중산층이 무너진 미국의 삶을 잘 나타낸 말이 ‘nomadland’라는 책으로 나왔고, 또한 영화로도 나왔습니다. 말 그대로 유목민들처럼 돌아다니는 삶을 말합니다. 물론 자유로운 삶을 찾아, 집을 팔고 아예 RV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분들도 있지만, 많은 분들은 더 이상 살 곳이 마땅치 않아 낡은 RV에서 생활하는 분들입니다. 이들은 은퇴했지만, 아직 사회연금을 받기엔 나이가 젊고 그렇다고 취업하기엔 너무 어려운 분들.... 그런 삶을 사는 분들이 100만이라고 합니다. 


Nomadland는 미국의 몰락하는 중산층을 보여주는 단어처럼 다가옵니다. 맥도널드에서 Senior 커피를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글들을 자주 읽게 됩니다. 그러다가 미국의 은퇴자들은 어떻게 사는가 글들을 보았더니 대부분 국가에서 주는 은퇴연금으로 사신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수명이 짧았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수명이 늘어나게 되자 은퇴 후의 삶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노후에 대한 두려움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거기다가 요즘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 

몇몇 어른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한국 나가 사는 것이 어떨까?”하는 이야기를 하셔서 “왜 그런 생각을 하셨느냐?” 여쭈었더니, “그냥...”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요즘 사회적 분위기를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아시안 인종차별이야기가 나오고, 한 두번 갔다 오는 한국은 예전의 한국이 아니고 편리함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역이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두 말씀하시는 수준에 머물지 다시 한국으로 나가서 사시는 삶을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상에 마음 둘 곳이 없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안전한 곳이 있을까요? 어느 곳에 있든지 주님이 지키시지 않으시면 대궐 같은 집에서도 불안하고, 주님이 함께 하시면 초라한 초막에서도 안전한 것입니다. 

“높은 산이 거친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주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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