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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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바보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왔습니다.2024-02-07 11:43
작성자 Level 10

아버지가 목회하시던 연희동의 교회는 지금 감리교회로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작년에 그곳에 방문해서 조용히 기도만 하고 왔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날의 추억과 아픔이 고스란히 있던 곳입니다. 넓게만 느껴졌던 교회 마당은 그렇게 작을 수가 없었습니다. 교회는 산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있었습니다. 당시 교회가 있었던 바위산은 한쪽은 당시 최고의 갑부들이 살았던 곳이었고, 다른 한쪽은 피난민들이 굴을 파고 살던 곳이었습니다. 교회 밑으로 내려가면 모래내 시장으로 가는 다리가 바로 나왔는데, 그곳에는 리어커에 헌책을 파는 분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아버지가 처음으로 사주신 책은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이라는 책이었습니다. 

12월만 되면 왜 그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보 이반! 

악마들이 세상을 무너뜨리려고 사람들에게 욕심도 심어주고 질투도 심어주었는데, 늘 바보같이 사는 이반 만큼은 어쩔 수 없었던 따뜻한 이야기, 당시 한국의 사회상은 따뜻함을 찾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모두들 전쟁의 흔적으로 아파하고 힘들어 할 때, 당시 만들어 졌던 책들은 모두 따뜻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세상이 흉흉해 지면 무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 질 것 같은데, 안 그렇습니다. 요즘 교인들이 가장 많이 보시는 유튜브등은 정치이야기들도 있지만 친구들이 보내주는 따뜻한 이야기들입니다.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글을 쓰는 오 헨리를 만난 것도 연희동의 작은 리어커에서입니다. 어린 소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만 볼때였습니다. 그리고 오 헨리의 단편집에 들어가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 .... 

이번 주 따뜻한 이야기에는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실었습니다. 동방박사의 선물, 그리고 가난한 목동들의 이야기들... 12월이 따뜻한 이유는 물질적 부유함이 아닌, 자신의 삶을 희생한 바보같은 예수, 먼곳에서 찾아온 바보같은 박사들, 그리고 남들 잘 때 양을 칠 수 밖에 없었던 가난한 목자들, 그리고 성령님이 주신 아이라고 덮어놓고 ‘예’라고 말한 마리아, 그런 아내를 받아들인 요셉... 모두 바보들의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바보들의 이야기가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12월이 되면 우리도 바보가 되어 갑니다. 경쟁하며 빼앗는 바보가 아닌 주며 낮아지는 바보들... 

매년 멕시코 고아원에 선물을 보냈는데, 이번에 어떻게 보내야할지 벌써 고민됩니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저희 교회에 어른바보들부터 어린이 바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Ray de rayes 교회도 바보들이 많습니다. 

12월이 되면 사방에 바보들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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