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기
미국에 와서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 남의 교회에 세들어 살아본 것입니다. 다른 민족의 교회를 빌려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 몰랐습니다. 미국교회의 현실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복된 12년을 보냈는가 감사하게 됩니다.
많은 한인교회들의 꿈이 내교회를 한번 갖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교회 개척을 하면서 절대로 자체건물을 갖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이 더부살이에 지쳐, 교인들의 요구에 결국 처음 가졌던 생각을 포기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자체 건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것입니다.
얼마 전 오렌지에 있던 교회를 다녀왔습니다. 큰 돈을 들여 공사가 한창인데 얼마나 이쁘던지---
제가 쓰던 방은 목사님의 아들인 부총장이 사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 작은 건물을 빌리겠다고 오셨던 멕시칸 목사님이 기억납니다. 교회를 찾고 찾다가 그 작은 건물까지 온 것입니다. 그때 교회는 정신없을 때였습니다. 복작복작 하루종일 교회가 돌아가 빼줄 시간도 공간도 없어서 돌려 보냈습니다. 자신들이 이제 교회를 비어주면 공원에 가서 예배드려야 한다고 하는데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답니다.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릅니다.
이제 아주 큰 건물을 소유하게 되었고, 더불살이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저희교회는 같이 섬기는 히스패닉 교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가고 있습니다. 일 년에 두 번 같이 중요절기에 예배를 드리고, 네것 내것, 너무 따지지 않으면 공생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미안한 것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교회를 비어줄 때 자리 정리 하지 않고 나갈 때가 많은데, 그들은 끝나고 나면 모두 원위치 시켜놓고 갑니다. 아마 세사는 사람과 주인의 차이일 것입니다. 찬양팀에서 악보대를 사달라고 해서 몇 개 구입했습니다. 늘 찬양팀이 히스패닉 교회 악보대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은 저희 물건에 손을 대는 일이 없습니다. 아무 그분들이 그렇게 조심하기에 우리는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가 봅니다.
미국와서 제일 싫은 날이 Halloween day입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크리스마스 보다 더 난리스러운 날이라고 합니다. 올해는 마침 그날이 수요일입니다. 같이 교회를 섬기는 히스패닉 교회가 먼저 자신들이 할로윈 데이를 Hallelujah Night로 섬긴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저희 교회 어린들이 같이 참석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저희는 사실 한국적이라 그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감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이들은 이미 미국문화에 물들어서 그날을 다 기억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줄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같이 있다보니까 우리가 스스로 할수 없는 귀한 일들을 하게 됩니다.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같이 가면 힘든 일보다 기쁜 일이 더 많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우리교회가 더 많이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