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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판 시장을 강타한 베스트셀러 작가의 집필실은 서너 사람 앉으면 꽉 찰 만한 방이었다. 일본 교토 서쪽 마을 가메오카(龜岡)에 있는 집은 열다섯 평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교토역에서 JR을 타고 30분이면 닿지만 첩첩산중을 뚫은 터널 예닐곱 개를 지나고 푸른 벼 길게 이어진 논을 지나서야 도착했다.
기시미 이치로(岸見一郞·59)는 올해 우리 독서계의 '현상'이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의 사상을 대화체로 풀어쓴 책 '미움받을 용기'는 지난해 말 출간 이후 40만부 이상 팔리며 21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전에 펴낸 '버텨내는 용기'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아들러에게 인간관계를 묻다' 등 10여종도 속속 번역됐다. 최근엔 늙음과 죽음에 대해 쓴 '늙어갈 용기'(글항아리)가 출간됐다. 기시미씨는 7일 집필 공간을 공개하면서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저작을 통해 알려졌다. 나는 '아들러의 플라톤'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늙고 병(病)들고 죽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 늙고 병들면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주위에 폐만 끼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신의 존재만으로 타자(他者)에 공헌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존재 자체가 남에게 도움되는 일이라니? 기시미씨는 "인간의 가치를 생산성으로만 보는 사람이 많지만 젊거나 늙거나 사람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 가치가 있다. 아들러는 이를 '보통으로 있을 수 있는 용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치매를 오래 앓았던 아버지를 간병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아버지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어도 나는 아버지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 기뻤다"면서 "아버지는 내가 아버지를 간병하고 있다는 공헌감을 갖도록 내게 공헌을 한 것"이라고 했다.
병든 아버지가 아들이 공헌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니 그저 '말장난' 아닐까. "역할이 없어졌다고 해서 인간의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일이 없어지고 돈을 벌지 못하면 살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것은 인간을 효율성으로만 바라보는 것이죠." 그는 "영어 개인(person)의 어원인 그리스어 페르소나(persona)는 가면이라는 뜻이다. 많은 사람이 역할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가면을 벗을 때 나타난다"면서 "수직 관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가면을 쓸 필요가 없어져 진정한 자신이 된다고 생각하면 늙고 병들어도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이나 세월호 침몰처럼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죽은 사람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젊을 때 죽는다고 완전하지 않은 삶은 아니에요. 누구에게나 내일은 오지 않을지 모릅니다. 오늘을 사는 지금이 늘 완전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가족은 물론 힘들지만 그래도 앞을 향해 하루하루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상적인 이야기죠. 하지만 이상이 없으면 현실을 바꾸지 못해요. 현실이 괴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어'라고 고통에만 빠져 살면 변화는 없어요."
그는 "프로이트는 인간에게 '공격 본능'이 있다고 한 반면 아들러는 '인간은 모두 동료'라고 여겼다"면서 "프로이트처럼 생각하면 전쟁은 필연이 되지만 아들러를 따르면 공동체를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아베 정권이 평화헌법 해석 변경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일본'으로 만들려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내 책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일본 언론은 보도하지 않습니다. 일본인이 쓴 책이 한국에서 이렇게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죠. 전쟁이 일어나면 정치인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희생됩니다. 일본 젊은이들도 점차 '잘못됐다'고 말하는 용기를 가지고 있어요."
기시미씨는 "9년 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큰 수술을 받은 후 지금 삶은 여생(餘生)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책을 쓰는 것이 '타자 공헌'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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