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덥다 하지만 요즘처럼 더울 때가 있을까요? 캘리 날씨는 아무리 더워도 그늘에만 가면 시원하다는 말이 있었는데, 습도가 높아지면서 그 말도 옛말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교회에 있으면 새벽에 차가워진 공기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뜨겁다 느껴지는데, 오후에 집에 들어가면 집안이 덥혀질 대로 덥혀져 에어컨을 안 켜고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에어컨을 켜려고 하면, 에디슨 전기회사에서 온 문자가 어렵게 합니다. 오후 4시 이후 9시까지는 에어컨을 키지 말아라,
빨래도 밤에 하지 말고, 낮에 해서 전기를 아껴라.
국가 정책을 따르는 것이 목회자의 도리이고 그래서 에어컨을 안 켠다는 말은 20%의 핑계고 또 다른 하나의 큰 이유가 있다면 전기요금을 딸 아이가 내기 때문입니다.
2년 전 딸 아이가 현대 아이오닉이라는 전기차를 Lease 해서 타고 다니기 시작했고 집에서 충전을 하다 보니, 대략 150불 나오던 전기요금이 갑자기 200불이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보다 50여 불을 더 나오자, 딸 아이가 전기요금은 본인이 내겠다고 해서 1년여 전부터 딸아이 통장에서 자동적으로 나갑니다.
1950년대 된 집이라 전기차를 충전하는 중에 전자렌지를 돌리면 여지없이 전기가 차단됩니다. 고민하다가 중고 태양광 패널 4개를 사서, 연결했더니 대략 800W의 전기가 나옵니다. 그러자 전기값이 30불 정도 내려갔고 더 이상 전기가 차단되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딸! 아빠 덕분에 전기값이 내려갔어. 전기차 충전해도 아무런 문제 없어. 아빠 멋지지?”
“아빠! 고마워. 그런데, 전기값 너무 신경 쓰지마. 내가 알아서 낼께”
녀석이 다니는 곳이 많아지니까 전기차 충전하는 시간도 길어집니다.
딸아이가 전기료를 내면서부터 생긴 버릇이 있는데, 가끔 에디슨 회사에 들어가 우리가 하루에 얼마 전기를 썼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보통 하루에 5Kw를 쓰는데, 어쩔 땐 10Kw 정도를 넘길 때도 있는데, 그때 심장이 쿵합니다.
“악! 어제 10불을 넘게 썼네. 큰일이군”
그전엔 단 한번도 신경 안 썼던 에디슨 전기값을 신경 쓰는 이유는 애국 때문이 아니고 딸아이 때문입니다.
무지 덮다 못해 ‘더워 죽겠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어느 날 오후 5시 30분...
참는 것 하나만큼은 세계 일등인 집사람이 견디지 못하고 “예석 아빠 에어컨 좀 틀자” 결국 예림이에게 애원하는 목소리로
“예림아! 에어컨 30분만 틀까?”
“아빠 알아서 마음껏 틀어. 난 괜찮으니까”
“고맙다”
차라리 내가 내고 마음껏 쓰는 것이 낫지 하다가도 전기값 내겠다는 딸이 고맙고 딸이 내는 돈 미안해서 그것 아끼려는 내가 또 멋있고...
이게 다 캘리포니아의 이상기온 때문일까요?
아니요. 제가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아빠들의 마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