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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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갈수록 태산? 불행중 천만다행?2024-02-07 12:02
작성자 Level 10

늘 사무실을 나와 화장실로 가는 복도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길 쪽으로 나 있는 향나무는 교회의 나이를 이야기 하듯, 운치 있게 자리 잡고 있었고, 아무리 더운 날씨라 할 찌라도 그 복도를 거닐 때면 시원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서만순, 서명심 집사님께서 열심히 가꾼 화초들은 사랑받으며 자라나는 꽃들답게 싱싱하게 자신들의 자태를 뽐내곤 하였습니다. 

밤이 되면 100촉짜리 전열 등에서 나오는 운치는 사진으로 보면 무척이나 잘 지어진 고품스러운 카페의 외곽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곤 합니다. 특히, 비가 올 때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빗줄기를 걸으면 그 때 만큼 좋을 때가 없습니다. 

문제는 비가 오면 천정 사이로 물이 샌다라는 것입니다. 몇 군데이고, 이곳이 비가 자주 오는 곳도 아닌지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일하시는 분들이, 저 정도 물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 안에 물이 많이 고여 있다라는 뜻이고, 나중 되면 지붕이 가라 앉는다 말씀하셨습니다. 견적을 내면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라 비가 올 때마다 부분적으로 고쳤는데, 이번엔 지붕 전체를 가는 대공사를 했습니다. 공사를 시작하고 지붕을 덮고 있던 타일들을 벗겼을 때 올라가 보았더니, 곳곳에 나무는 썪었고, 일하시던 분이 썩은 줄 모르고 밟은 나무는 바로 ‘빠직’소리를 내며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겉만 멀쩡한 70년 된 건물의 문제를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썩은 나무는 다시 빼어내어 갈고, 방수포를 깔고, 타일을 다시 덮어 아주 이쁘게 만들었습니다. 아 참 다행이다 싶었던 공사가 끝난 이틀 후 수요일 저녁예배를 드리려고 왔는데, 지붕을 바치고 있던 스타코(시멘트의 일종)가 내려앉았습니다. 오랫동안 물에 젖어있던 것이 이번에 무너진 것 같았습니다. 

갈수록 태산이라고, 또 공사비가 들 걸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고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하니 참 다행입니다. 지붕이 내려 앉을 때 아무도 없었습니다. 누군가 다쳤다면 얼마나 큰일일까요? 그리고 아무도 없을 때 무너졌기 때문에 조치를 치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만 보면 갈수록 태산이지만, 뒤돌아보면 불행 중 다행인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보이지 않는 일들이 매일 매일 교회에선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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