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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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내가 결정하지 않아도 되더라구요.2024-02-07 12:02
작성자 Level 10

수요일에 예배 마치고 돌아오는데, 타이어에 바람이 빠졌다는 표시가 들어왔습니다. 가끔 일어나는 일이라 쉽게 생각하고, 돌아왔는데, 타이어에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 봤더니 부러진 칼이 타이어에 박혀 있었습니다. 아마 집으로 오는 중간에 박힌 것 같습니다. 칼날을 뽑자마자 순식간에 바람이 빠져 나갑니다. 펑크를 때워야 새벽예배를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밤 10시가 넘은 그 시간에 자동차를 올리고 타이어를 빼서 펑크를 때우려고 했습니다. 소리를 듣고는 큰아들 예석이가 나와 돕습니다. 웬일인지 펑크 난 곳을 메우려 하는데 예전처럼 쉽게 되지를 않고 시간이 많이 흘러갑니다. 늘 아빠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자란 예석이 인지라 제가 하는 일에 돕기는 하되 참견은 안 하는 아이인데, 

“아빠 이것 다하고 주무시면 내일 힘드실텐데, 그냥 스페어 타이어로 갈고, 펑크 난 것은 내일 때우시죠” 

그 한 마디에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예석이도 거의 새벽에 출근하는데(코로나로 출근) 그 녀석 성격에 제가 일 끝날 때까지 잠 안자고 옆에서 도와줄 걸 생각하니 그 말이 맞았던 것입니다. 

‘그러자’ 하고 말하자, 바로 트렁크에서 스페어 타이어를 꺼내, 본인이 척척 타이어를 바꾸어 넣습니다. 너무 익숙해서 “해 본 적이 있니?” 라고 물었더니 자취할 때 펑크 나면 자신이 알아서 갈았다고 합니다. 

사실 어느 집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거의 처음으로 아들의 말에 제가 끝까지 하려던 일을 멈추었던 것입니다. 

목요일 새벽, 작은 스페어 타이어를 낀 채로 교회에 갔는데, 아무 생각 없이 5번 프리웨이를 탔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들린 타이어 가게 주인은 타이어를 때우고는 브레이크 패드를 지금 갈지 않으면 너무 위험하다고 협박(?)을 해서 펑크도 때우고 브레이크 패드도 갈았습니다. 그전에는 다 제가 하던 일입니다. 그래, 눈 딱 감고 그냥 맡기자... 타이어 펑크 때우는 데는 20불, 뒷 브레이크 가는데 무려 180불? .... 아니 이럴수가 

집에 와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예석이가 “아빠랑 둘이 하면 20분이면 하는 일을 왜 그렇게 하셨냐?”고 말합니다. ‘이놈이 이젠 내가 결정한 일에 잔소리까지...’ 예석이의 모습에서 20대부터 늘 결정하고 살았던 저를 봅니다. 

그날 저녁 목요일은 딸 아이가 대학원 진학을 위해 3년간 다녔던 병원을 그만둔 날입니다. 아이 엄마가 조언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대학원을 가겠다고 결정하고 내린 일이라 그렇게 결정하는 모습이 또한 대견했습니다. 이젠 굵직한 일 외에는 알아서 결정합니다. 

밤에 집사람과 이야기를 하는데, 막내 예준이가 나중에 자신이 직접 차를 산다면 트럭을 사겠다고 했답니다. “무슨 트럭?” “도요타 타코마” 누가 트럭을 타는 것이 더 멋있다고 바람을 넣었던 것 같습니다. 이젠 다들 알아서 결정하려나 봅니다. 그런데, 왠지 마음이 싸합니다. 하나님도 내가 알아서 결정한다고 기도 안 하고 행동하면 이런 마음이 아니실까 싶습니다. 대견하기도 하고 싸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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