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날씨가 있는데, 그것은 비가 온다는 소식입니다. 이번 주엔 3일이나 온다고 해서 얼마나 들떠 있었는지 모릅니다. 사실 비가 올 때는 준비할 것이 따로 없습니다. 비가 내리는 거리를 우산 없이 걷기도 하고, 비 오는 거리를 차를 몰고 나가는 것입니다. 주일부터 온다는 비는 밤 늦게서야 와서 비를 맞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비인가 봅니다. 딸아이 차를 보니 윈도우 와이퍼 고무가 찢어져 있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딸아이가 “아빠 내 와이퍼 잘 안돼. 비 온다니까 고쳐” 그리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아이가 크면서 말이 짧아졌을 뿐만 아니라 다 명령조입니다. 그러나 우리 딸이 부탁하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저놈이 남자가 생기면 저에게 부탁할까 싶으니까 그놈이 생기기 전에 제가 하나라도 하고 싶습니다. 아이가 말한 시간 새벽 5시 30분... Walmart 여는 시간은 6시... 월마트 앞에 문 열기를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가장 비싼 와이퍼를 사고 와서는 비를 맞으며 갈았습니다. 딸아이를 위해 비를 맞는 즐거움을 제 딸이 알까요?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딸아이 신경 쓰다가 제 차 역시 와이퍼 고무가 찢어진 것을 몰랐습니다. 비를 즐기려면 다시 월마트를 가야 하는데 괜히 꾀가 납니다. 딸을 위해서는 기쁨으로 했는데, 제 차를 고치려고 하니, 기쁨이 아닌 일로 여겨집니다. ‘그래 나중에 비 그치면 그때 갔다 오자’ 딸아이 와이퍼는 가장 괜찮은 것, 그리고 제 것은 가장 싼 것으로 삽니다. 가장 싼 것을 들고 나오면서 제 딸을 누가 채가려나 신경질이 납니다.
늦게 일어난 딸 아이가 “아빠 다했어?” “응” “그래 수고했어. 역시 아빠가 최고” 그게 다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행복합니다.
비 올 때 가장 좋은 것은 벽난로에 나무 떼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불 보면서 멍하고 있기라고 해서 ‘불멍’이라는 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휴식이라고 합니다. 불을 피우며 살아가는 것이 인류 역사에 가장 오래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무를 태우며 괜히 히죽거립니다. 계속 머리 속에 ‘아빠 최고’라는 말이 맴돕니다. 한국에 있는 김우성 집사가 예전 함께 신앙 생활하던 자매의 결혼식에 참석했었는데, 같이 신앙 생활하던 동생이 결혼해도 울컥한데, 딸 아율이가 결혼할 땐 마음이 정말 어려울 것 같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나님도 그러지 않으실까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큰 것 바라시지 않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전부입니다” 하나님도 아마 그 말씀 하나에 히죽거리고 계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