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를 하는 즐거움보다는 개구장이 장난치고 여학생들도 함께 하니까 그 즐거움에 중학교 1학년 때 성가대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처음으로 합창의 즐거움을 준 성가곡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 남성 중창팀이 부르는 ‘본향을 향하네’ 입니다. 아마 성가대를 하신 분들은 한두 번 부르셨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크고 작은 교회에서 때때마다 불리우는 ‘본향을 향하네’를 접하면서 합창의 묘미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마치 파도를 타는 듯한 선율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합창의 깊은 묘미를 선사합니다. 그런데, 선율을 탔는데, 가사의 의미를 전달하기엔 너무 어렸습니다.
연습할 때마다 개구장이였던 우리들은 지휘자를 놀려먹기 위해 가사를 바꾸어 불렀습니다.
예를 들면 ‘은혜로 이끄시네 이끄시네’라는 대목은 ‘이’ 자를 ‘둘’로 바꾸면 ‘두 끝이네’처럼 들립니다. 한참 화투에 재미를 붙여 화투장 두 장으로 노름하는 소위 말하는 ‘섯다’에 나오는 ‘2’를 표현한 것입니다. 그래서 ‘은혜로 두 끝이네 두 끝이네’라고 부르면 섯다에서 ‘두 끝’은 너무 작은 숫자로 사실 은혜는 커녕 한 푼도 벌 수 없는 숫자입니다. 그래서 성가 연습이 끝나면 저희끼리 낄낄 거리며 ‘은혜로 장땡이네 장땡이네’ 하며 오는 길목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다른 한 대목은 흰옷을 입은 천사가 순례자를 맞이한다는 ‘흰옷 입은 천사들이’ 라는 대목은 ‘검은 옷을 입은 악마’라고 불렀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가사가 중1에게는 다가오지 않는 것입니다. ‘이 세상 나그네 길을 지나는 순례자 인생의 거친 들에서 하룻밤 머물 때 ... 이 세상 지나는 동안에 괴로움이 심하나 괴로움이 심하나’
중학교 1학년이 이 가사가 눈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그런데, 이 곡을 작곡하신 김두완 장로님의 선친이신 고 김치근 목사님의 삶입니다. 평생 하나님을 섬기시다가 북한에서 순교하신 목사님의 삶이기에 장로님은 일찍 인생의 고난을 아셨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이 세상의 삶이 나그네인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인생의 거친 들을 지나온 경험이 있는 분들이 부르는 ‘본향을 향하네’ 는 중1 까까머리 중학교 때 성가대가 불렀던 느낌과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그 괴롬 인하여 천국 보이고’ 많은 분들이 괴로움 때문에 더 하나님 나라를 갈망하고 하나님께로 나아왔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순례자입니다. 그리고 그 순례의 길이 끝나면 천국이 보입니다.
오늘 남성중창팀의 찬양이 인생의 순례의 길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