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교회 오기전 10년을 섬겼던 오렌지 연합교회는 작은 교회였지만 청년부가 1,2부로 나뉘어 움직일 정도로 젊은 교회였습니다. 젊다는 것은 무서울 것도, 거칠 것도 없었습니다. 부자교회는 아니었지만, 젊음으로 부딪치면 모든지 될 것만 같았던 교회...
그때 저의 취미는 청년들과 더불어 지금은 사라져 버린 Fry’s를 일주일에 한번씩은 다녀오는 것이었고 Sale광고가 나면 교회 컴퓨터들은 업그레이드가 되었습니다. 그땐 새로운 기기에 관심도 많았고, 자동차 오디오등은 청년들과 함께 직접 바꾸었습니다.
평일은 물론 주일날 오후에도 집에 가지 않아, 교회엔 늘 교인들이 남아있었기에 저녁엔 라면먹고 밤엔 삼겹살 파티도 원없이 했었습니다. 무엇을 먹어도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거의 매주 족구, 축구, 야구등 시합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운동경기를 보는 것보다 하는 것이 즐거웠고 아무리 운동을 해도 피곤한 줄 몰랐고, 식사하고 얼마안되 청년들이 “목사님 우리 월남국수 먹으러 가요”라고 하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좋지”하며 시동을 걸어, 그렇게 운동량이 많았음에도 체중이 20파운드를 넘겼습니다.
시간이 흘러 가나안교회를 섬긴지 13년이 되면서 취미가 바뀌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더 이상 전자제품을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동생이 한국에서 보내준 삼성 노트북을 쓴지가 8년째 되어가고 집사람과 Costco를 가도 가전제품쪽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운동을 안한지가 너무 오래되었고 운동도 직접 하는 것보다 구경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다져스의 한물간 투수 커쇼가 요즘 너무 잘해 행복합니다.
꽃을 보면 아름답다고 말씀하셨던 어른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꽃들이 참 이쁘게 다가옵니다. 요즘처럼 우중충한 날씨에 해라도 비치면 그렇게 좋습니다. 맑은 하늘을 보면 행복합니다. 어른들이 꽃구경가시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5,6년전쯤 교회 야드세일 때 어느 분이 박종호(예전엔 정말 유명했던 복음성가 가수, 서울대 성악가 출신) CD를 내놨습니다. 한국 CD를 야드세일에서 누가 살리 없기에 제가 샀습니다. 거기에 20대때 은혜받고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던 1집 ‘살아계신 하나님’
지금으로부터 30년도 더 오래전에 만들어진 앨범을 듣는데 너무 좋습니다.
친구목사에게 “요즘 꽃이 참 보기좋아”라고 했더니 “와 김목사 이젠 나이를 먹어가나보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고 생각해 보니 한국을 가면 이런 것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국 나가면 맛있는 것, 재미난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요즘 하두 풀만 먹었더니 기대도 됩니다. 이번엔 사랑하는 분들을 만나 맛있게 먹으려고 합니다. 튀긴 것 안먹고, 생선을 먹으려고 합니다.
기대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자연입니다. 나무, 꽃, 새들이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태백에 있는 대천덕 신부님이 세우신 예수원, 가평에 있는 이동원 목사님이 세우신 필그림 수도원, 동기 서범석 목사가 세운 케노시스 수도원, 그리고 손양원 목사님의 애양원... 경치좋은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가보지 못했지만 늘 걷고 싶었던 산티아고 길을 걷듯이 그렇게 한국의 자연을 볼 것입니다. 고국산천이 그립다 느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저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나이를 먹어 바뀌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성숙하게 익어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