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지료를 위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는데, 그중에 한분이 처음 미국에 와서 만났던 목사님이셨습니다. 정치인의 아들이셨던 목사님은 친구인 심장혈관센터 병원장에게 전화를 해서 저를 보도록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덕분에 세브란스병원장님과 제 심장에 관한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결해 주신 목사님께 감사차원에서 연락을 드려 만났는데,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은 미국생활 적응하는데, 5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한국에서는 5년여가 지났지만 적응하는데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국사람이 한국에 와서 살아가는데 5년이 넘도록 적응하지 못한다는 말씀을 한국분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요?
까뮈가 쓴 이방인이라는 소설에서 아랍사람을 살해한 주인공이 왜 그를 죽였느냐는 재판관의 질문에 ‘너무 햇살이 눈이 부셔서요’라고 말한 내용처럼 본인은 이해되는데, 듣는 사람들은 이해되지 않는 말 같았습니다.
목사님을 만난 후, 40여년 지기를 만났습니다. 교회의 안수집사이고, 어릴 때는 함께 교회도 다니고 기도원도 다녔던... 그리고 또 한때는 신학을 하려고 고민까지 했던 친구입니다. 저녁을 먹고 이러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시간이 꽤 흘렀는데, 갑자기 일하는 사무실에 방문을 해달라고 합니다. 사무실에서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우유를 주는 것입니다. 저는 원래 우유를 먹지 않지만 그냥 마셨습니다. 그런데, 또 한 잔을 주는 것입니다. 우유맛이 조금은 이상했습니다.
그리고는 “우유 맛이 어때?”라고 묻는데, 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머뭇거리자 그 친구가 저에게 우유팩을 보여주는데, 거기엔 2022년 12월 6일이라고 쓰여있었고, 한자로 ‘허경영’이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좀 이상했습니다. 이 친구가 저에게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네가 목사이니까 잘 알꺼다. 오실 메시야는 바로 허경영 총재님이시다. 이 우유가 증거다. 내가 우유를 사서 허경영 총재님의 이름을 쓰고 6개월을 두었는데, 상하질 않는다. 성경에 나와있는 썩지아니하며 하는 말씀의 증거다”
‘허경영’
대통령 후보로도 나왔고 자신이 몸을 하늘위로 띄울 수도 있다고 하는 사람...
그 친구가 나를 만난 이유는 목사인 저를 어떻게 해서든지 허경영 앞에 데리고 갈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총재님 강연할 때 정말 많은 목사님들이 와서 듣는다”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네 와이프는 네가 이런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을 아냐?” “너는 교회 안수집사인데, 그럼 왜 교회를 계속해서 다니냐?”
아무말도 하지 않는 친구앞에서 “교회를 40년이 넘도록 다니고, 수십년 성가대, 교사, 심지어 성가대장, 교회부장까지 한 네가 예수님을 안믿고 이런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예수님을 위해 죽겠다고 말했던 친구, 아이들이 교회 적응하도록 늘 자신이 벌었던 돈을 아이들에게 풀었던 친구, 성가대장으로 성가대원 한사람 한사람을 챙겼던 친구...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매일 새벽예배 가는 교회는 20만성도, 1천명 선교사 파송을 목표로 한다는 교회이고, 교회에 자체 은행이 운영되는 곳인데, 그 넓은 예배당에 새벽예배 드리는 인원은 월요일엔 100여명이었다가 점점 줄기 시작해서 토요일엔 50여명이 앉아 예배를 드립니다. 수요일에 찾아간 또 다른 교회는 주일 출석은 5천명이라고 하는데, 수요예배는 50여명이 앉아 예배를 드리는데, 참석자중 제가 가장 어린 사람 같았습니다.
주일 오후에 드리는 저녁예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있었던 교회의 모습을 찾기 어렵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합니다.
어느새 예배드리는 곳에서도 이방인처럼 앉아 예배를 드립니다. 다른 분들 눈에도 제가 이방인처럼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