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아버지는 못이 휘어지면 망치로 펴서 사용했고, 철거된 곳에 가서 괜찮은 벽돌을 주어 오시면 그것으로 건물을 짓곤 하셨습니다. 어머니 집에 가면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못통이 그대로 있습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못통이지만 평생 그렇게 근검절약하시며 사셨던 아버지의 모습처럼 남아있어 참 마음이 찡하곤 합니다. 아버지는 자신에게는, 그리고 가족에게도 너무나 돈 쓰는 것을 아까워 하셨지만, 다른 분들을 위해서는 정말 넉넉한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삶의 모습은 저의 모습이 되었는데, 예전엔 아름다운 미덕처럼 여겨졌던 일들이 이젠 더 이상 아닌것처럼 느껴집니다. 훼잇빌 교회(이우리 목사님 시무)를 방문하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싼 비행기표를 구했습니다. 그런데, 싼 비행기는 숨겨진 비밀이 있는데, 그것은 가방 하나 carry할때마다 돈을 따로 받는 것이고, 짐을 붙이면 무게로 돈을 내게 됩니다. 그걸 모르고 인터넷으로 비행기표를 샀는데, 이우리 목사님을 기억하는 분들이 주신 물건을 싸다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것입니다. 거기다가 공항에서 무게가 조금더 나가자 어마어마하게 더 지불하게 되었습니다. 물건을 조금 뺄까도 생각했는데, 하나도 뺄수가 없습니다. 이건 나린이 좋아하는 과자, 이건 뭐... 결정적인 것은 애틀란타에서 내렸는데, 가방이 늦게 나오는 것입니다. 바로 비행기를 타지않으면 훼잇빌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우리 목사님에게 전화했더니 짐을 포기하고 비행기를 타라고 합니다. 그럴까 잠시 고민을 했는데, 그럴 수 없었습니다. 준비한 선물엔 교인들이 만들어 주신 음식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랠리로 가는 비행기는 놓치고 말았습니다. 제 문제로 훼잇빌 장로교회에 폐를 끼칠까 더 이상 고민할 시간이 없었고, 방법은 애틀란타에서 하룻밤 자고 다른 비행기를 타고 랠리나 샬롯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우리 목사님이 2시간을 다시 와서 저희를 데리고 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아침비행기가 없어 오후에 도착하면 이우리 목사님도, 저도 힘든 상황입니다. 결국 애틀란타에서 렌트를 해서 훼잇빌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렌트후 이우리 목사님에게 통보하고 집사람과 교대로 죠지아에서 훼잇빌까지 무려 400마일을 운전하여 올라갑니다. 그리고 그차는 애틀란타에 반납하는 것이 아니고 랠리에서 반납하기로 해서 더큰 돈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훼잇빌로 올라오는 동안 한심했습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저 때문에 고생하는 집사람에게도 미안했습니다. 이제 삶의 모습을 바꾸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웃음이 나옵니다. 제가 그렇게 했던 것은 이우리 목사님 때문이었 습니다. 제가 돈을 아끼고 아껴 교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고, 제 옆에서 고생한 이우리 목사님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구요? 아닙니다. 든든하게 지킨 큰 가방이 제 옆에 있습니다. 돈과 비교할 수 없는 금덩어리와 같은 사랑 가득한 가방입니다. 6시간을 운전하여 훼잇빌에 도착한 시간 새벽 2시.... 피곤할만도 한데, 큰가방을 보자니 괜히 웃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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