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저녁식사를 온가족이 준비해서 나누었습니다.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예석이가 양념게장을 만들었고, 집사람은 골뱅이 무침, 그리고 저는 고기를 구워서, 어느 때보다 근사한 추수감사절 만찬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식사중 감사한 것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막내인 예준이가 우리 가족이 다 모여 식사하는 이 시간이 감사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보통 예준이는 원래 자기 할 말만 하고, 자기 먹을 것을 다 먹으면 일어나는데, 추수감사절 만큼은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 들으며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림이의 차례가 되자, 한국에서 의사가 말을 전달하던 때를 꺼냈습니다. 이젠 아무런 치료방법이 없다는 말에 ‘아 우리 아버지가 죽는구나’ 생각하며 펑펑 울었던 이야기입니다. 지금 이렇게 함께 식사하는 것이 감사다라고 말했습니다. 예석이는 더 했습니다. 심장수술후 맥박이 140이상을 계속 뛰어, 전기 쇼크를 했고, 그래도 맥박이 떨어지지 않아, 그 다음날 또 해야한다는 말을 엄마에게 듣고, 그날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것은 장례절차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과 제대를 하고 집으로 완전히 들어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별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녀석이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집사람과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이야기 할 때, 우리보다 더 충격을 받은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모두들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고, 오늘이 가장 의미있는 날이고 오늘이 다시는 오지 않는 날입니다. 그런 오늘을 함께 하며 지낸다는 것은 얼마나 의미있는 일입니까?
12월에 예석이가 떠나가면 몇 년은 아마 함께 추수감사절을 함께 보내기가 쉽지 않기에 집사람은 예석이와 있었던 15개월이 선물이었다고 말합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것이 이렇게 큰 감사인줄 늦게서야 깨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