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석이가 10여년만에 돌아올 때, 저희는 당연히 함께 지내는 줄 알고 방을 정리했는데, 예석이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금 근무하는 코로나지역에 방을 얻으려고 했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혼자 살 수 있는 돈을 모아라”라고 설득했고 딸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사실 모든 아이, 심지어 예준이에게까지 매달 방값을 받았습니다. 그것 받아 저와 집사람이 쓴 것은 아닙니다. 그것 가지고 아이들이 차를 바꾸려 하거나, 혹은 공부를 더 한다고 할 때 모아둔 돈으로 도와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경제관도 심어주지만, 아이들이 혹이나 버는 돈을 함부로 쓸까도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큰아들 예석이가 올해가 다 지나기 전에 미조리로 출발하면 다시 저희 곁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아마 이번에 떠나면 다시 함께 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딸인 예림이는 내년이면 대학원을 마치게 됩니다. 그 녀석은 다행히 함께 사는 것을 좋아하지만 주변에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보니 딸도 고민이 많은가 봅니다. 딸도 언제가 분명히 떠나갈 것입니다.
위의 두 녀석과는 다르게 예준이는 저희가 늘 품고가야 하는 아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예준이는 자폐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기에, 예준이는 한 해에 한두 차례 상담하는 분과 면담합니다. 보통은 집사람이 그 면담을 같이하는데, 상담하는 사람이 얼마 전 예준이에게 “너도 성년인데 앞으로 부모님과 함께 계속 살 거니, 기회가 되면 독립하길 원하니?”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1초도 고민 안 하고 “물론, 혼자 살기를 원한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집사람도 저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예석이 나이에, 그리고 예림이 나이에 집사람과 저는 이미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음에도 예석이가 얼마 안 있으면 떠나간다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져, 신앙적 잔소리, 삶에 대한 잔소리를 자꾸 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부모로서 미래를 준비하게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치며, 신앙을 심어주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아이들은 빨리 자라고 어른들은 빨리 나이 들어갑니다.
전도서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1.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5.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할 때가 있으며
8.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벌써 10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