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찬양대회를 뒤돌아 보며
교회에서 하는 일에 등수를 정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고 생각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체질적으로 참가하는데 의의를 갖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의욕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찬양대회에도 등수가 매겨 졌습니다. 그러나 등수와 상관없이 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이 구역찬양대회의 목적입니다. 한주간 전화 참 많이 받았습니다. 교인들도 본인들이 하신 것을 눈으로 확인하시고 싶으신가 봅니다. 홈페이지에 아직 올라가지 않았다고 자꾸 물어 보십니다. 인터넷에서 다시 보지 못하신 것을 먼저 글로서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늘사랑 구역이 첫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권종숙 권사님과 윤귀례 권사님을 의자에 모셔놓고 부르는 찬양을 보면서 어르신들이 ‘우리 늙지 않았어’라는 모습을 보여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하얀 브라우스에 푸른 스카프가 얼마나 잘 어울렸는지 모릅니다. 그냥 어른들이 하시는 것을 은혜로 듣기에는 찬양도 참 좋았지요. 감이 딱 왔습니다. 올해도 참 좋겠구나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바로 늘사랑과는 반대되는 갈렙구역이 나왔지요. 저희 교회에서 가장 젊은 구역입니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같이 ‘내가 만약 나비라면’하고 춤들을 추었습니다. 비장의 카드가 혜지자매를 비롯한 노래잘하는 청년들을 앞세울 것 같았는데 어린아이들 중심으로 잘 만들어 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곧 이어 나온 어린양 구역은 변선교사님의 ‘하나님이 조선을 이처럼 사랑하사’의 영상에 맞추어 주기도문을 불렀습니다. 영상이 주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다만 음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 팀은 나중에 다시 영상과 더불어 헌금 송을 한번 해야 억울함이 덜 하시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은혜로운 Living Soul 구역이 찬양을 했지요. 매주일 점심시간마다 모여서 찬양하였던 구역인데, 찬양을 참 은혜롭게 하였습니다. 전명근 집사님의 춤사위가 어우러져 더 돋보였습니다. 인원에 맞게 짜임새가 있었고 워낙 곡 선정을 잘했습니다.
생명나무는 들어올 때 의상이 확 들어왔지요. 저건 뭐지 생각했더니, 각나라 의상입니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준비하는데 시간이 만만치 않게 들었겠다는 생각을 보는 내내 했었습니다. 생명나무까지 보면서 참 각 구역마다 구역의 색깔이 드러난다는 생각이 확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랬습니다. 어느 구역하나 비슷한 느낌이 없었습니다. 다양함 가운데 일치를 이루는 교회가 이랬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교회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U.C구역이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사다리가 나오고 온갖 건설현장에 동원되는 기구들이 다 동원이 됩니다. 그리고 보여진 U.C구역만의 색깔이 있었습니다. 새가족들로 구성된 모임이라, 어쩌면 더 약할 수도 있을지 모르는데, 구역원들이 뒤돌아서서 화면에 나타난 교회를 바라볼 때, 가슴 한 켠이 찡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U.C 구역뿐만 아니라 그 화면을 바라보는 교인들의 모습이 다 그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어 집니다.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어질 즈음에 일년간 준비했다는 호산나,소망 구역이 나왔습니다. 한복이 주는 단아함을 간직한 채 한분 한분 치마를 손에 쥐고 나서는 권사님들을 보면서 ‘우리 것이 참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고우시던지 말입니다. 그리고 일년 간 작사를 하신 남정자 권사님이 어느 누구도 불편하지 않도록 고루 고루 섞어서 한복과 어우러져 부르는 “예수님이 좋은 걸 어떻합니까”는 교인들의 어깨가 들썩거리가 하였습니다.
일년간 노심초사 했다는 밀알구역이 나옵니다. 어느 구역보다 시간엄수가 철저하고 보완유지에 무척 신경을 썼던 구역입니다. 역시 보완유지가 필요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군복을 입고 올라오는 모습이 달랐습니다. 할렐루야로 시작해서, 독도는 우리땅으로 바뀌어 가는 모든 과정, 그 모든 연출이 박준태 집사님에게서 나왔다는 것도 너무 놀랍고, 독도는 우리땅을 같이 부르자는데, 어느 성도가 마다하겠습니까? 교회가 들썩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만들어진 더부러 구역이 나옵니다. 일단 만남을 갖기가 쉽지 않은 구역이라 걱정을 했는데, 왠 걱정? 차명훈 장로님으로부터 시작해서 고보기, 정명기, 김형주 집사님들이 망가지기 시작하는데, 온 교회가 갑자기 열기가 달아 오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감이 오는 순간입니다. 온 교회가 지금 하나 되었다 하고 말입니다. 심사평과 상이름을 바로 정해야 하기에 매의 눈을 가지고 구역 하나씩을 바라보는데, 건너편에 있던 저희 집사람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아주 까무라치기 일보직전입니다.
후끈거렸던 더부러가 물러가자 볼 때마다 우리 팀은 잘하는 것이 없어 걱정입니다 라고 말을 하였던 방주 구역이 의자들을 가지고 나옵니다. 찬양을 한 것이 아니고 스킷 드라마를 한 것이지요. 한명의 집사님, 한임랑 집사님은 마치 연극인들 같을 정도로 연기를 잘하셨고, 변재무, 박희정, 그리고 임정규 장로님은 정말 탁월할 정도로 분위기를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임정규 장로님이 예수님으로 변신했다고 느낄 수 없을 만큼 참 잘 하였습니다. 예수님이 술이나 물질이나 이성에 밀려났지만 예수님은 늘 같이 하신다는 메시지, 우리 삶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 그래서 구역찬양대회에 연극이 들어감으로서 한국에서 연말이 되면 버라이어티쇼라고 하면서 가수가 여러 가지를 보여주었던 그런 축제가 되기 시작합니다.
지성이와 김성봉집사가 올라와서 시작한 바나바 구역, 언제 지성이가 저렇게 컸지? 의연하리만큼 폼을 잡고 서 있는 지성이 옆에 다른 아이들이 붙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김성봉 집사옆에도 사람들이 서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찬양을 하는데, 마치 미성을 가진 빈소년합창단이 노래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열기가 고조될 때, 갑자기 조명이 꺼지면서 오직 한사람만을 비추면 사람들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지는 적막감? 그리고 울려퍼지는 아카펠라의 선율과 같은 느낌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실로암구역입니다.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라가시는데 처음으로 단을 올라가신다는 박윤필집사님으로부터 정말 교인들에게 얼굴 보여주기 어려워 하시는 이영실 집사님까지, 그리고 부축을 받으면서 김정애 권사님이 올라갑니다. 찬양을 하는데, 김정애 권사님 뒤에 계신 장철민 집사님께서 연신 울기 시작합니다. 30여년전 시카고에서 만남을 갖기 시작한 가족들이랍니다. 그 모습에 제가 더 이상 등수를 매긴다는 것이 무의미 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떤 드라마를 만들면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요?
구역찬양대회의 의미를 잘 드러내는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일등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들립니다. 아무리 강조하고 이야기 해도 늘 구역장들의 입이 문제입니다.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 특등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등도 사실 이등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구역이 일등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일은 저와 봉투에 분명히 차등한 액수를 넣으셨던 김형주 집사님이 천국에서 웃으면서 이야기 하기로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한달여간 수고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