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줄 알았습니다
한국의 가옥 문화 중 마루가 있고 서까래가 있습니다. 그런 전통가옥을 만드는데 미국오기 전까지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에 이슬람 연구소가 있습니다. 모셨던 전재옥 교수님이 사재를 털어서 이슬람권을 연구하기 위해서 만든 곳입니다. 아름다운 전통 가옥처럼 만들어진 집입니다. 서까래를 예전 방식으로 소나무를 사용하여 세웠는데, 사실 공사비의 50%이상이 서까래 치는데 들어갔습니다. 서까래를 예전처럼 만드실 분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술을 가진 분들을 ‘대목수’이라고 불렀습니다. 나이들이 드셨지만 보통 자존심이 강한 분들이 아니셨고, 일당도 다른 사람의 세배가 넘었습니다. 건축에 대해서 전혀 경험이 없지만 교수님을 대신해서 현장 소장처럼 있었습니다. 대단한 것이 아니고, 가서 그분들 비위맞추어 드리고 음식장만해 드리고 가끔 막걸리 드시고 푸념하시면 그 이야기 듣는 일이 제 주요 일이었습니다. 주변에 돼지 족발을 아주 맛있게 하는 집이 있어서 갈 때마다 사가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다보니 아주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이 대패질 하는 것도 가르쳐 주시기도 하고, 당신들 예전 무용담(?)도 말씀하시고 가족사도 들었습니다.
교수님은 가시면 이것 저것 잔소리가 많은데, 저는 가면 모르니까 늘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사실 너무 아름다운 집이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름다운 집이 만들어 졌습니다. 그렇게 세워진 이슬람 연구소에서 전재옥 교수님이 같이 살기를 원하셨는데, 여러 사정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미국으로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모를 때는 집 짓는 것이 참 아름다운 일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어깨넘어로 보니 보통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까마득하게 잊었었습니다.
새가족을 위한 친교실에 새로운 페인트칠이 되고 바닥을 새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무대신 요즘 유행하는 ‘라미네이트’를 까는 일입니다. 오래전 오렌지연합교회에서 한번 깔았던 적이 있었고 집에서도 아주 작은 공간에 깔았던 적이 있어서 쉽게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이미 집에 라미네이트를 직접 깔으셨다는 경험자가 세분이나 달려드셨습니다. 한 세시간이면 다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작업이 들어가니까 보통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저야 소위 말하는 시다인데도, 네, 다섯시간이 지나가니까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휠씬 더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은 이미 다 60이 넘거나 비슷한 분들이셨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6시간이 지나서 바닥공사가 다 끝이 났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친교실이 만들어 졌습니다. 청소가 끝나고 너무나 이쁜 그림들이 붙여지자 새집같았습니다. 아마추어들이 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잘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리고 저녁에 수고들 하셨다고 푸짐한 돼지보쌈을 권사님들이 준비해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모두 행복해들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은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더니, 다음날부터 걷지를 잘 못했습니다. 쓰지 않던 근육을 많이 썼더니 알이 배긴 것입니다.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힘들게 했습니다. 일하신 분들이 아마 다들 그러셨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쉽게 이야기 합니다. “라미네이트 그냥 쭉쭉 끼면 됩니다” 그런데, 그냥 쭉쭉 끼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습니까? 일하시고 난 분들이 제일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것 그냥 쭉쭉 끼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면 속으로 때려주고 싶다고 할지 모릅니다. 수고했다고 격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