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한다고 해서---
살다보면 괜히 한다고 해서 후회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상한 병이 있었습니다. 소심증입니다. 그게 참 묘했습니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누군가 무엇을 잃어버렸다고 말합니다. 선생님이 학교생을 모두 책상위로 올라가게 하신다음에 훔친 사람 조용히 손들라고 말합니다. 아무도 없으면 가방을 뒤지신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훔치지 않았지만 그것이 제 가방에 마치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강명관 선교사도 늘 그런 불안감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두 번째는 소심증은 아니지만 이런 일들입니다 선생님이 이것 누가할래? 하고 물으실 때 아무도 말을 흘러가는 그 조용한 시간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 침묵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던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물론 그런 일들은 다 몸으로 때워야 하는 허드렛 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좋은 결과를 낳을 때도 많았습니다. 저 스스로를 개발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하는 중간에는 늘 ‘괜히 한다고 그래가지고’ 였습니다.
대외적으로 하는 활동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제일 오래 한 것은 미주복음방송국에서 중보기도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벌써 3년이 넘도록 하고 있으니 제일 장수하는 일입니다. 갔다가 올 때는 늘 감사가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마냥 좋은 것은 아닙니다. 가기 전까지 정말로 기도하고픈 중보기도 내용을 다 정리하려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기도하면서 버벅거리지 않으려고 노력도 엄청나게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참을 수 있는데 제일 싫은 것이 있다면 LA까지 운전하고 가는 길입니다. 아침부터 교통 체증을 감안하면서 올라가는 그 길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지난 주처럼 비라도 오면 두시간을 넘게 가야 겨우 도착합니다. 너무 힘들어서 세 번 그만 두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아직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돌아올때면 행복한 일중에 하나입니다.
얼마 전부터 CGN 10분 방송이 나가게 되었습니다. 전에 하셨던 분들을 보면서 원고 들고 하는 것보다는 외워서 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10분 동안에 여러 대지를 다루기보다는 하나를 잘 전달하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원고 설교에 익숙한 사람입니다. 외워서 해야 하니 죽을 맛입니다. 보고해도 된다고 하지만 이왕 할꺼면 잘해야지 라는 생각에 외워서 하겠다고 달려 들었는데 단순히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바르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어렵습니다. 두 번은 그냥 넘어갔는데 세 번째 하고는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정작 전달하고 싶은 중요 메시지를 잊어버리고 녹화를 끝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시 촬영할 수도 없습니다. 방송국도 너무 시간이 촉박한 상태로 지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돌아오는데 준비한다고 시간은 시간대로 소비하고 만족도 안되고 속으로 ‘괜히 한다고 해가지고’ 툴툴 거리면서 옵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나고 나면 저에게 큰 훈련, 자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중보기도도, CGN TV도 때때마다 괜히 한다고 해가지고는 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저에게 복된 시간입니다. 저를 정돈케 하는 시간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다른 것을 포기하면 되는 시간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좋은 일인데 ‘괜히 한다고 그랬어’라고 생각되어 지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때때마다 괜히 한다고 그랬어 라고 했던 일을 잘 마감해야 할 시점입니다. 맡겨진 일들이 힘들고 어려웠을 지라도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직분을 감당한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