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집사님을 보내며
소천하신 어른들을 생각하면서 늘 칼럼을 썼는데 안타깝게도 김명진 집사님과의 추억이 별로 없습니다. 말씀을 못하실 정도로 몸이 불편하시기도 하셨지만 다가가 말씀을 드리면 아주 짧은 단답형으로 말씀을 하시고 차를 타고 떠나실 때 손을 들어 답례하시는 것이 전부 이셨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집사님이 어렵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고향이 이북이시다는 말씀에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북에서 내려온 분들은 말씀이 별로 없으십니다. 이북이 고향이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잘 압니다.
천국환송예배 설교를 위해서 자료준비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집사님에 대해서 주변의 분들에게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별반 소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집사님에 대해서 모르기는 저나 오래된 교우들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주변의 분들이 하셨던 공동의 이야기가 있으셨습니다. 그것은 집사님의 책임감이었습니다.
집사님의 책임감은 첫째로 사람의 도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어느 분이 집사님 건강을 위해서 어떤 것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Korean BBQ 쿠폰을 보내주시더라는 것입니다. 다른 분에게는 어느날 불러서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시더라는 것입니다. 신세지면 꼭 갚은 성격이셨습니다. 은혜주어도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운데 집사님은 별로 말씀이 없으셨지만 사람의 도리를 알았던 것입니다.
두 번째는 회심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천국환송예배때도 말씀드렸지만 결혼전에 교회 열심히 다니시겠다고 해서 결혼을 했는데 막상 그러지를 못하시고 교회 다니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유족들에게도 남아있는 아픔입니다. 충분히 이해됩니다. 믿음을 갖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너무 감사한 것은 나중에 신앙생활을 잘하셨을 뿐만 아니라 믿음을 가지고 주님께로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교회 다녀도 믿음이 없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남은 가족에게 천국의 소망을 전달할 수 있도록 믿음을 가지고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너무 귀한 가족들을 보았습니다. 큰 유산입니다.
유산이라고 하면 돈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녀들을 보니 모두 너무 훌륭한 믿음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김광일 집사님, 김선옥 집사님, 김광효 집사님, 김광성 전도사님, 그리고 김광재 집사님 모두 한결같이 믿음이 좋으셨습니다. 목사는 믿음의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기쁩니다. 그런데, 김명진 집사님 댁이 그랬습니다. 얼마나 신실한지 보면 볼수록 감동이 되었습니다.
권사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권사님은 저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하시는 것을 참 어려워 하셨습니다. 자녀를 위한 기도 부탁도 어렵게 하셨을 뿐만 아니라 권사님은 미안해 하셨습니다. 월요일에 처음 전화를 못받았습니다. 그리고 음성 메시지에는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목사님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우리 남편이 돌아가셨습니다” 목사에게 남편 돌아가신 것을 알리는 것을 미안해 하시는 권사님! 그것도 가족들이 목사에게 빨리 알려야 한다고 해서 알리셨다는 말씀에 얼마나 죄송했는지 모릅니다.
천국환송예배를 교회에서 드릴 수 있도록 해주신 것에 대해서 유족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그 더운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한 분들, 수고한 모든 분들에게 유족을 대신해 감사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