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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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박신희 집사님 위로2024-02-07 04:28
작성자 Level 10

박신희 집사님 위로

지난 월요일 가장 조촐한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정말 조객이라고는 가족들이 대부분인 장례식, 바로  박신희 집사님의 어머니이신 고 조흥열 권사님의 천국환송예배였습니다.  아름답게 돌아가신 호상인지라 저도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간곡하게 저만 오라고 하셔서 교인들에게도 그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글렌데일에 있는 참 아름다운 장지였습니다. 일찍 도착해서 묘지를 돌아보았습니다. 참 아름다운 곳! 그곳이 그랬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산 사람이 살곳은 못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조경, 아름드리 나무들, 그리고 곳곳에 있는 유명한 조각상---

그러나, 그곳이 좋다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죽어야만이 올 수 있는 곳입니다.

아주 작은 그러나 너무나 예븐 예배실에서 장례식을 가졌습니다. 들어가면서 눈에 확 들어온 것은 교회에서 보낸 화환입니다. 가족들이 보낸 꽃들 옆에 교인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화환이 우리의 마음인양 아름답게 서 있습니다. 목사는 참 이상합니다. 그 꽃이 있는 것이 그렇게 행복했습니다.


참으로 간략한 예배! 그러나 설교하신 목사님의 메시지에는 삶과 죽음의 문제가 무겁게 전달되었습니다. 참 은혜로웠습니다. 제가 기도순서를 맡았었습니다. 가기 전에 기도에 대해서 준비했습니다. 집사님에게 들었던 가족들 이야기! 그리고 어머니 이야기 그런데, 이상하게 기도를 준비하는데 제게 들어왔던 것은 집사님과의 기억들이었습니다.

집사님과 처음으로 통화하던날! 신앙을 잊어가는 자녀를 위해서 EM교회를 찾던중, 둘째 딸이 사는 지역의 한인교회를 찾다가 전화번호부를 보고 전화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 저희 교회는 집사님의 둘째딸을 수용할만한 예배가 없었습니다. 다른 교회를 추천했는데, 그것이 좋았던가 봅니다. 우겨서 찾아온 것이 벌써 3년이 되어갑니다. 집사님에게 따뜻함을 배웠습니다. 차가운 것 같은데 참 따뜻했고 사랑을 받았습니다. 어느날 지쳐있는 저를 데리고 간 오래된 수도원! 사진을 찍기에 좋은 곳이라 하셨던 그곳에서 저는 외롭게 그 자리를 지키면서 복음을 전한 분들의 향기에 취했었습니다. 그리고 짧은 시간 어느새 저는 회복이 일어나고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지친 영혼이 그 짧은 시간에 치유가 되었던 것입니다.


목사에게 죽음은 익숙한 것이기도 하지만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 집사님에게 괜찮냐고 여러번 물어도 이미 마음에 준비를 하신 것이라 괜찮다는 말만 하시더니, 결국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얼마전 수술한 발은 장례를 치루면서 부작용이 일어났고, 씩씩했던 목소리는 작아 졌습니다.


오래전에 배웠던 향가중 ‘제망매가’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그 행가를 참 좋아했습니다. ‘삶과 죽음의 길이 여기에 있으매 두려워하여 나는 간다는 말도 못하고 갔는가---’ 불교의 윤회사상이 짙게 드리워진 시라 말할 수도 있지만, 기독교인에게 그 시는 삶의 역설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죽음이 두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권사님이 이미 아름다운 천국에 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부모님을 아직 잃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을 여의면 어떨지 정확히 알수가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삶과 죽음의 길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 다른 길에 어떤 이는 지옥으로 어떤 이는 천국으로 갑니다. 분명한 것은 권사님이 천국에 가셨다는 사실입니다. 마음은 슬플지 모르지만 이젠 정말 고통이 없는 곳에서 거하시는 어머니 생각하면 집사님도 툭툭 더 씩씩해 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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