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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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남성 중창2024-02-07 09:31
작성자 Level 10

어릴 때, 목소리가 돼지 멱을 딴다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노래하는 법을 모르는 채로 살았기 때문에 그냥 크게 소리를 부르면 되는줄 알았습니다. 자꾸 그런 소리를 듣다보니 큰소리로 노래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갔을때, 처음으로 성가대에 들어가면서 합창이 주는 즐거움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때 지금처럼 텔레비젼의 쇼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전에 교회마다 행하는 ‘문학의 밤’은 학생부의 아주 큰 행사였습니다. 그때도 초청 게스트들이 있었는데, 바로 고등학교 남성중창단이었습니다.저희때 가장 유명했던 남성중창팀은 대광고등학교의 ‘큰빛’ 그리고 ‘로뎀’중창단이었습니다. 이들을 섭외하기 위하여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야 겨우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들이 오느냐 안오느냐가 동원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정말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그때 숭실고등학교 합창단을 졸업한 사람들이 만든 숭실OB합창단 레코드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아마 그 당시가 교회가 세상의 문화를 선도할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쩌다가, 연대, 이대 성악과 학생들로 구성된 노래선교단 지도목사를 맞게 되었습니다. 미국오기 전까지 금요일, 토요일은 거의 이친구들 졸업연주회를 비롯한 연주회 따라다니는 것이 일이되었습니다. 리허설 전에 기도해 주는 것부터 해서, 끝나고 뒤풀이까지 따라가 주어야 하는 일상이 음악에 묻혀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1998년 서울대 성악과 지도담당으로 들어가게 되자, 더 바빠졌습니다. 주변에 온갖 음악하는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월요일에는 서울대로, 목요일은 이대로 - 정말 정신이 없었습니다. 두팀이 경쟁이 심하다 보니 제가 한쪽이라도 치우치는 느낌이 있으면 바로 문제가 될 정도라 원하는대는 다 가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행복했습니다.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부러웠습니다. 정말로 성악을 하고 싶었습니다. 전공은 아니지만 레슨이라도 받으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노력하면 어느정도는 가능할지 모르지만,그들이 가지고 나온 그 음성은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듣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였습니다.

 

늘 남성중창, 합창에 대한 갈망이 있었습니다.그러다가 김동천 장로님,신도범 장로님, 그리고 이성도 집사님의 목소리를 듣고 ‘와우’하게 되었습니다. 거기다가 정말 이쁜 목소리를 가지고 계신 최성봉 목사님!

이런 분들이 모인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데 한번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지난주에 선을 보였습니다. 불렀던 반응이 좋았나 봅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들렸습니다. 아쉬운 것은 녹음을 못해서 다시 들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남성 4중창인데, 왜 제가 들어갔느냐고 의아해 하십니다. 4중창은 네명이 불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 네분이 불러도 충분한데, 제가 깍두기로 처음이라 들어간 것입니다. 그런데, 참 모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각기 바쁜 분들이라 시간을 내는 것도 어렵고, 한번 연습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김동천 장로님이 노력하셔서 각기 집에서 연습을 많이 할수록 인터넷에서 들을 수 있는 사이트들을 소개해 주셔서 각기 연습을 많이하고 섰던 것입니다. 행복했습니다. 부르는 것도 좋았겠지만, 저는 듣는 분들이 더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흥분이 되었나 봅니다. 지난 주일 밤은 끊임없이 남성합창곡을 들으면서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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