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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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장로님의 신발을 돌려 놓으며 (6년전 기고)2024-02-07 04:23
작성자 Level 10

목사를 가리켜 '종'이라고 흔히들 말을 합니다. 사도바울이 로마서 서문에서 자신을 '종'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빚진자에 대한 심정을 토로합니다. 빚진 마음이었기에 종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23년간 섬겼던 교회의 목사님으로 부터 평생 잊을 수 없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섬김이란 무엇인가를 나타내는 것이었습니다. 섬겼던 교회는 어느 회사 사장님이 세우신 교회였습니다. 사내교회다 보니 그 회사 직원들이 교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교회에서 가장 힘이 센(?)분은 바로 사장인 장로님이셨습니다. 목사님들은 오시면 모두 하나님의 종의 신분을 강조 하셨습니다. 종을 강조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회에 오랫동안 계셨던 목사님은 한분도 안계셨습니다. 늘 장로님과 헤게모니 싸움을 하시다가 제대로 교회일도 하지 못하시고 나가시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가시는 목사님들 마다 "장로가 저 교회에는 문제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심지어는 교회를 깨고 나가시면서 비회사직원만 데리고 나가셔서 교회를 세운분도 계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목사님들의 의견을 따랐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나날이 쇠퇴하여져 갔습니다.

제가 섬겼던 목사님이 오셨습니다. 교회는 망신창이가 되어 있었지만 회사직원들은 그대로 교회에 남았습니다. 목사님은 단에 올라가실때 늘 장로님을 먼저 올려보냈습니다. 장로님이 나이가 많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단에 올라가시면 장로님의 신발을 반대로 돌려 놓으셔서 강단에서 내려오실 때 신발을 편하게 신도록 하셨습니다. 장로님은 "목사님이 먼저 올라가세요"라고 말씀하셨지만 목사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6개월이 지난 후 먼저 올라간 장로님은 목사님이 올라가시면 다시 나와 이제 목사님의 신발을 돌려 놓기 시작하셨습니다. 그 일은 장로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되어졌습니다.

귀한 것을 목사님을 뵈면서 보았습니다. 그것을 가리켜 '목사가 너무 정치적이고 아부한다'라는 말씀도 들으셨습니다. 그러나 장로님은 당시 40대된 목사님을 위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셨습니다. 목사님이 장로님을 섬기자 장로님이 달라졌고 장로님이 목사님을 섬기며 나아가자 교회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교회가 한마디로 비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국에서 목회하면서 저는 마음속으로 늘 장로님들의 신발을 돌려 놓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는가를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나이들은 장로님들을 저의 어른들로 섬기고 가실때면 늘 어른들이 차를 몰고 나갈 때 인사하듯이 인사를 드립니다. 어느 날 부터인가 장로님들도 제가 나갈 때는 인사를 하고 싶어합니다. 못하게 해도 그렇게 합니다. 단에 올라갈 때 늘 장로님들을 먼저 올라가게 합니다. 그것은 목사가 먼저 올라가야 한다는 문제가 아닌 어른이 먼저 올라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목사가 교회에 어른이다(?) 예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어른대접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교인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구요. 목사가 굳이 권위 세우지 않아도 교인들이 세워줍니다. 섬길 때 말입니다.

빌립보서 2장에 있는 그리스도의 찬미송을 생각합니다.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하지 아니하시고 종의 형체로 오셔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 그러자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위에 있는 자들과 땅아래 있는 자들이 모두 예수님의 이름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합니다.
섬김이 이기는 것입니다.
섬김의 도를 가르쳐 주신 목사님이 그리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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