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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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가재는 게편(9년전에 썼던 글)2024-02-07 04:22
작성자 Level 10
가족은 참 좋은 것입니다. 아버지는 아이들의 거울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더러운 거울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은 그 아버지를 신뢰하고 믿고 따른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부모편이라는 것이죠.

며칠 전 제딸과(7살) 딸의 친구들을 태우고 밤길에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길이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데다가 뒤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룸밀러가 더러웠거든요. 그래서 휴지에 침을 뱉어서 닦았습니다. 뒤에서 아이들이 바로 "이유(미국아이들이 싫어하는 표현을 할때 쓰는 감탄사)"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더니 "너희 아빠 더럽다느니"하면서 여자 아이들이 조잘거립니다. 그 이야기에 제 딸도 한몫해서 저를 흉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딸아이가 말을 바꿉니다. 그런데 그 말이 정말 걸작입니다. 

"저렇게 하면 정말 더럽지이. 그런데 물이 없을 때는 저렇게 해도 되는 거지이" 

정말 엄청난 반전입니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동조를 하다가 아빠를 생각하니까 도저히 안되겠나 싶었나 봅니다.
그러자 순진한 아이들이 동조를 합니다. 아빠의 작은 흉에도 그것이 친구들에게 흉거리가 되지 않게 하려는 모습에 눈물나게 용기가 납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를 안고 살며시 말했습니다. "고맙다"

저의 막내 아들은 지금 9개월이 지났습니다. 하는 말이라고는 오직 '엄마'라는 말밖에 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저희 동네 악동들이 집에와서는 늘 저희 막내를 데리고 장난을 칩니다. 보통 이런 장난을 칩니다.
"누가 세상에서 제일 못생겼지?"  "엄마"
"누가 예준이(막내아들)를 제일 싫어하지?"  "엄마"
아이들은 자신들이 질문한 내용에 엄마라고 하는 예준이를 보면서 너무나 신나합니다. 예준이는 왜 웃는지도 모르고 형들이 웃으니까 덩달아 깔깔거립니다. 그 무리에 제 아들이 있었습니다. 속으로 '이놈들 봐라' 하고 같이 웃고 있었는데 제 맏아들이 안되겠나 싶던지 갑자기 질문을 바꾸어 던집니다.

"세상에서 제일 이쁜 사람이 누구지?"  "엄마"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은?"  "엄마"
"세상에서 예준이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엄마"

가재는 게편입니다. 그 가족이 늘 가까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아무리 실망해도 다시 아버지에게 기대를 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달라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정말 아버지의 작은 사랑에도 감격해 합니다. 보통 부모가 문제있으면 뭐든지 돈을 줌으로서 아이들에게 환심을 사려고 합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부모가 모두 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문제는  아이들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버지가 문제입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부모편인데, 아버지가 아이편이 아닌 것이 문제인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세상편, 물질편, 자신이 좋아하는 편에 서있는 사이에 아이들도 아버지 편을 떠나는것이 아닐까 생각되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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