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가 납니다.
신앙생활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다. 신앙생활의 기본은 사람을 하나님이 왜 만드셨는가를 알 때 신앙생활이라는 것은 깊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웨스터민스터 신앙고백의 첫 번째는 우리 사람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기 사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다는 것은 또한 무엇일까요? 그것은 어쩌면 가장 사람답게, 인간 냄새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 집니다.
김정애 권사님 방문을 하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가시면 시간이 그래서 그런지 늘 누워계십니다. 그리고 참 놀라운 것이 그 옆에는 늘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있습니다. 지난 화요일에는 집사람이랑 같이 갔는데, 이미 가족중의 한 분이 와 계십니다. 이미 단기 기억력 상실이라는 질병을 얻으셔서 금방 금방 잊어버리시지만 그래도 늘 가족들이 교대로 있다는 사실이 참 놀랍습니다. 그리고 그 가족은 자식들이라기 보다는 형제들입니다. 형제들이 교대로 와서 침상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고 건강하셨던 분이기에 침울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자리는 늘 따뜻합니다. 그리고 가끔 머리 디밀고 권사님께 기도해 달라고 하면 그렇게 행복합니다. 언어를 잊어버리셔서 그런가요? 가장 단순한 단어로 하나님께 기도하는데 하나님이 이 기도만큼은 꼭 들어주실 것 같은 은혜가 있습니다.
20년간 파킨스병을 앓으신 강정숙 권사님을 뵙니다. 그 옆에는 강우길 집사님이 계십니다. 저는 3년동안 주일 예배가 끝나면 강정숙 권사님에게 기도를 했습니다. 그 습관은 이제 한달 반이 지났는데도 없어지지 않아서, 교인들과 악수를 하고 나면 습관적으로 본당에서 기다리셨던 권사님 생각하면서 들어갔다가는 ‘아차’ 하고 돌아섭니다. 권사님이 예배 후에 드리는 그 기도를 그렇게 기다리셨다는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권사님은 김목사가 기도하면 나을까 하는 기대가 있으셔서 였을 것입니다. 강우길 집사님에게는 인간냄새가 납니다. 참 오래 수고하셨지요. 벌써 재작년이 되었네요. “어떻게 그렇게 오래 같이 하실 수 있으셨습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권사님을 같이 살면서 챙기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랑때문이라고 하면 그건 이미 끝났습니다. 사람이니까, 인간이니까 불쌍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 말씀에 19살에 만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말씀하시는 그 어떤 연정보다 더 깊은 인간애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권종숙 권사님이 못 나온신지 3주가 되었습니다. 저희 아버지와 연세가 같으신 분이십니다. 작년에 집에 갔을 때, 담그셨던 ‘가자미 식혜’를 주셨습니다. 완전히 이북사람이 아니면 먹지 않는 음식입니다. 왜냐하면 가자미를 삭혀서 먹는 발효음식인데, 생선이 발효되어 먹는 것이니 음식맛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면 어렵기 때문입니다. 심방가서 꺼내주시는데 안먹을 수가 없어서, 맛있다고 일부러 더 열심히 집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한 주후에 권사님 냉장고에 있던 93세된 권사님이 만드셨던 가자미 식혜가 저희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거의 먹는 사람이 없는지라 정말 가자미 식혜(?)하면 몸서리치게 좋아하는 집사님이 계셔서 그쪽으로 많이 보내게 되었습니다. 권사님에게는 늘 그것이 마음이 걸립니다. 그랬던 권사님이 저희 아버지와 비슷한 치매를 앓고 계시다고 합니다. 현실과 과거를 혼돈 하는 것입니다.
한분 한분 약해져 갑니다. 한분 한분 하나님과 가까워 집니다. 그런데, 참 놀라운 것은 약해지면서 그분의 모습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냄새가 아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형상이구나 하고 깜짝 놀랄때가 있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