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8일은 한국에서는 ‘어버이 날’로 지킵니다. 한국에는 아버지날이 없기 때문에 어머니 날이었던 것을 아버지도 함께 생각하는 날로 하자 해서 ‘어버이 날’로 지정되었습니다. 어버이 날이 되면 부모님들의 가슴에는 카네이숀을 답니다. 사실 왜 카네이숀인지도 모르는 채 카네이숀을 자녀들은 달아드렸습니다.
한국은 체면문화입니다. 가슴에 다는 카네이숀도 있는 사람은 진짜 꽃을 그리고 없는 사람은 아이들이 만들어준 카네이숀을 달거나 아니면 안 달고 다녔습니다. 학교시간에 늘 오월이 되면 시간을 내서 카네이숀을 만드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사실 카네이숀 모습도 아니지요. 중간에 동그랗게 만들고 옆으로 해바라기처럼 살을 붙이고, 아래로 리본을 만들어 한쪽은 ‘아버지 감사합니다’ 다른 쪽은 ‘어머니 감사합니다’ 보통 이런 식이었습니다. 어느 해 학교에서 만들었는데 제가 봐도 너무 허접해서 부모님에게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매년 그때쯤 되면 통큰 누나가 알아서 진짜 카네이숀을 달아드렸기 때문에 굳이 제 것을 달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만들어 놓은 카네이숀을 가방에 그냥 넣어두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해 어버이날 아버지가 달고 나가신 것은 누나의 카네이숀이 아닌 가방 속에서 구겨진 아들이 만든 허접한 카네이숀이었습니다. 아마 엄마가 가방에서 발견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가슴에 달려있으셨던 카네이숀..... 아버지는 그렇게 아들이 있음을 자랑하셨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을 때, 밤에 집에 오는 길에 꽃을 샀습니다. 생전 꽃을 사본 적이 없었는데 술이 취해 산 것입니다. 술이 취할대로 취했는데 갑자기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늘 금방 시들 것에 왜 돈을 쓰느냐고 말씀하셔서 생전 아버지에게 꽃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분이시기에 통 크게 꽃을 많이 샀습니다. 어쩌면 늦은 밤, 리어커 위의 얼마 남지 않은 꽃을 다 팔지 않고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실 그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이북엄마의 모습을 보았는지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엄마의 기도처럼 살지 못하고 술이 취해 비틀거리며 사는 제 삶이 미안했는지 모릅니다.
너무 꽃을 많이산데다가 술이 취해 몇 번 넘어졌습니다. 꽃은 많이 망가졌을 것입니다.
술김에 최고의 효자가 돼서 눈물의 편지를 쓰고 꽃을 부엌에 놓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날 엄마는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저도 술이 깨고 나니 멋쩍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안하던 짓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 오랜만에 마루에는 아름다운 꽃이 장식되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는 제가 술을 끊을 때까지 여러번 반복되었습니다. 어머니에게 맨정신으로 꽃을 사다드리는 일은 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 미친 짓(?)에 한번도 엄마는 고맙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꽃이 화병에 올라갔습니다. 그 일은 지금으로 25년 전의 일들입니다.
저는 지금도 꽃을 사서 아내에게 선물할 줄 잘 모릅니다. 아내도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꽃이 들어오면 어쩔 줄을 몰라합니다. 몇 번 해보긴 했는데, 맨 정신으로 꽃을 사는 일은 늘 돈이 아깝다 생각해서인지 소박함에 끝나고 맙니다.
산토스 목사님을 보면 정말 로맨틱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매일 꽃 한송이를 사모님에게 드린다고 합니다. 결혼해서 지금까지 말입니다. 그가 존경스럽습니다. 매일 매일 고백할 수 있는 그 맨정신이 부럽습니다.
맨 정신으로 엄마에게 엄청난 꽃을 사드리고 싶은데, 너무 멀리계십니다. 이젠 맨정신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참 멀리 계십니다. 그러나 엄마는 늘 제 마음에 있습니다. “엄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