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만남을 기대하였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분들입니다. 미국에 와서 일년에 겨우 한번 인사를 드릴까 하는 선배목사님들, 그리고 후배들입니다. 저는 성격이 일부러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는 것을 잘 못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런 모임에는 불러주어야 가고, 그나마도 제가 사정이 생겨 못가게 되면 2년여 만에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 뵙지 못한 어른이 섭섭하셨나 봅니다. 금요일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녁 약속있어?” “없습니다” 했더니 그럼 밥이나 먹자 하시길래 아내랑 급히 연락을 하고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세가정이 모여 이야기하는데,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 만난 자리가 아닙니다. 그냥 시시한(?)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졌습니다. 사모님이 그냥 “집에서 밥먹기 싫어서”라고 하시는데, 보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두어시간 시시한 이야기 하고 오는데 마음이 좋았습니다.
가슴떨리게 하는 자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20년전 ‘노래선교단’지도할 때 반주를 맡았던 자매이고 대학생 연합회 부회장으로 아주 많은 수고를 한 자매입니다. 지금은 한국 온누리교회 성가사로, 그리고 삼성직원 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는 음악적으로 누구보다 능력이 있는 자매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 가족같았습니다.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친구 일이라면 멀다하지 않고 찾아 갔던 것을 기억합니다. 더구나 집사람이 ‘예림’이 낳은지 얼마되지 않아 필리핀 선교를 다녀와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자매의 어머니가 예림을 아예 데리고 가셔서 열흘정도를 돌보아 주셨습니다. 그러니 어찌 그런 관계를 잊겠습니까?
14년전 작은 아파트에 살 때 신혼여행와서 같이 보내고, 이제 두아이의 엄마가 돼서 12월에 미국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조심스럽게 목사님 집에 가고 싶은데, 가도 되느냐고 묻습니다. 남편이 아주 잘나가는 기업맨이고, 불편한 것 모르고 살았던 자매입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 머무는 것을 행복하게 말을 해 주었습니다. “꼭 와라” 하면서 지나는 말로 “예전에 보냈던 사람들이 그리워”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도 “목사님 저도 요즘 그래요”라고 말하길래 웃고 말았습니다.
이용희 교수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다큐멘타리 영화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닙니다’ 촬영팀이 미국에서 뉴욕과 LA에서 시사회를 갖는데 생각나서 전화했다고 합니다. 무리해서라도 저희 교회에 들리도록 무언의 압력(?)을 넣었는지 감독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수요일은 당회가 있고 토요일은 그들이 어렵고 주일날은 동부로 가기에 결국 일정을 잡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일정을 잡지 못했지만 고마웠습니다. 잊지 않고 그런 일들로 시간도 맞지 않는 곳에 잠자지 않고 연락하고 도움을 주려고 했던 마음을 그냥 받았습니다.
갑자기 만나서 시시한(?) 이야기를 해도, 뜸금없이 몇 년만에 연락을 해서 그 집에 머물겠다고 해도, 밤에 전화해서 이러저러한 분들이 있는데 소개할까 라고 이야기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사람들....
가끔은 아무런 주제없이 엄마하고 나누는 그런 시시한 대화, 수년만에 가도 그냥 어제 자고 다시 집에 들어가는 그런 느낌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