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원 권사님은 조용한 그림자 사랑을 하셨습니다. 권사님의 사랑을 받지 못한 분들이 계셨을까요? 교회에서 늘 홍사식 장로님 뒤켵에 계셨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 그림자가 있듯이 권사님은 이 교회의 어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그림자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못 나오시는 분들, 아프신 분들에게 늘 전화하시고 심지어는 교회를 떠나신 분들에게도 교회 소식을 알려드렸습니다. 그러나 그런 티를 하나도 내지 않으셨습니다. 늘 밝게 빛나는 태양속에 가려진 별빛처럼 가려져 있었지만 태양이 빛을 잃을때는 어김없이 권사님의 사랑이 드러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심방가서 교회일을 말씀드리면 홍권사님이 이미 다 알려주셨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권사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싫은 소리를 못하시는 분....
권사님은 싫은 소리를 못하신는 분이셨습니다. 아니 싫은 소리 하는 것을 가장 힘들어 하셨던 분입니다. 싫은 소리가 사람을 바꿀 수 없음을 아셨는지 따뜻한 그림자로 따뜻함을 전달하려 하셨습니다.
권사님은 교회 어른들의 소식을 제가 꼭 알아야 할 것은 암행어사가 조용히 상소하듯 조용히 그림자처럼 저에게 전달해 주셨습니다. 그 사랑을, 그 관심을, 그리고 따뜻함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권사님 댁에서 나온 대추를 먹었습니다. 상추도 먹었고 고추도 먹었습니다. 특히 이번 고추는 참 달고 맛있었습니다. 늘 한가득 담겨주는 야채는 일반 시장에서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올개닉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은 야채가 아닌 권사님의 사랑이었습니다.
힘들어 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저를 안고 위로하던 집사람의 눈물이 가슴을 적십니다. 제가 힘들어 할까 내색하지 않던 아내...누구보다 권사님의 사랑을 받았던 집사람이 “나도 권사님 못 본다 생각하니 너무 아파”라고 우는 것을 보면서 이 사랑을 어떻게 갚아야 하나 생각이 듭니다.
멀리 뉴저지에 계신 큰 아드님, 홍보선 집사님이 저의 고등학교 선배인 것을 아시고는 더 좋아하셨습니다. 무슨 작은 건수를 잡으시면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셨던 것입니다. 병원에 있으면서 막내인 홍선집사가 저와 함께 초등학교를 졸업하였던 사실을 알았더라면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셨을 텐데요....
권사님이 잠드신 다음에야 그 사실을 알리게 됩니다.
“권사님 막내 아들 홍선과 김인철이가 같은 초등학교에서 같은 날 졸업식을 했답니다”
그렇게 자주보던 홍선집사가 동기동창임을 권사님이 하나님나라 가시는 날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권사님이 살아계셨더라면 권사님을 앞에 두고 참으로 많은 말을 둘이서 했을텐데요...
살면서 이런 허망한 이별은 없었습니다. 가까이 지내던 분들을 하나님께 보내드렸지만, 주일날 멀쩡하게 인사드리고 이별을 한 경우는 처음입니다. 인생의 아픔을 경험하면서 윤동주의 서시가 가슴으로 다가옵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언제 우리의 인생이 끝날지 모르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사람들에게 더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
권사님이 소천을 통하여 알려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