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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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33년만의 만남2024-02-07 09:37
작성자 Level 10

33년만에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습니다. 정말 우연한 일었습니다. 금요일 기도모임에 오는 타 교회 교인이 제가 용문고등학교 나온 것을 우연히 들으시고, 혹시 민00을 아냐고 말씀하시는데, 일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의 이름이었습니다. 친하다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름은 분명히 기억하는 친구였습니다. 키가 크고, 눈이 크고 선한 모습으로 늘 웃음으로 사람을 대하였던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한지 며칠이 못되서 정말 우연히 중국집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주 짧은 만남이었는데, 그 짧은 만남에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이 제가 그렇게 존경하던 돌아가신 김인수 교수님이셨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월요일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가족동반으로 만나는 자리입니다. 너무 우습게도 그 친구의 딸과 제 딸은 친구입니다. 더구나 우리 집사람도 그 친구의 아내도 서로 집을 몇번 방문한 사이였습니다. 그런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렇게 무심하게 한 동네에서 14년을 같이 살았습니다.

만나서 할 이야기를 찾기 위하여 기억을 더듬고 더듬었는데, 그 친구와 있었던 일들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딱 한가지 사건이 기억났지만 이야기 할 때 그 친구는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설렘’ 일주일동안 그 친구를 만난다는 것에 대한 설렘이 있었습니다. 제 과거의 모습을 알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 친구가 말한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거의 말하지 않았다. 조용히 학교만 다녔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제가 원해서 간 학교가 아니고 다른 학교를 가려고 주소를 옮겼다가 간 학교인지라 제 친구가 없었고, 더구나 집에서 상당히 먼 거리였습니다. 일학년의 한 학기는 장안동보다 훨씬 더 먼 대방동에서 다녀야 했기에 학교가 끝나면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었습니다. 사실 학교에 남아 있고 싶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좀 섭섭했습니다. 그때 제 기억으로는 연극도 했고, 배구 대회때 선수로도 뛰었는데 말입니다. 그 친구는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었습니다. 제가 이런 일을 했었는데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2학년이 되면서 그 친구는 문과로, 저는 이과로 가면서 짧은 만남은 끝이나고 33년이 지나서 다시 만나게 된 것 입니다.

50이 된 우리는 한사람은 미국의 교수로, 그리고 저는 목사로 만났습니다. 33년만에 말을 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것이 참으로 설레는 것입니다. 예수님 만나고 술친구들이 모두 떨어져 나갔고, 전도사가 되면서,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친구들이 없어졌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오랜만에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친구를 얻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 친구와 저는 공통점이라고는 같은 학교에서 일년간 같은 반이었다는 사실 외에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반갑고 설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야기는 금방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서로 기억하는 공통분모가 작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뒤의 이야기가 훨씬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만난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 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이야기...

예수님의 이야기는 헤어졌어도 오늘 만났어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참 행복했습니다. 33년 세월을 뛰어넘을 수 있는 동창이 있는데, 그 고리를 연결하는 것은 학교가 아니었고 예수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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