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딸에게서 여러통의 부재중 전화가 왔습니다. 누구를 만나고 있었던 중이라 받지를 못했던 것입니다. 전화했더니,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불은 다 들어오느냐 했더니, 불은 들어오는데 시동이 안걸린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배터리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차는 지금 어디 맥도널드 주차장에 있고, 자신은 아르바이트 하러 가야하니 아빠가 고치고, 몇 시까지 학원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예림이는 아르바이트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급하게 차를 몰고 갔습니다. 그날 무척이나 더웠던 날이었습니다. 차를 열고 시동을 걸어봐도 안 걸립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타트 모터의 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제가 가지고 있던 AAA카드가 얼마전 등록일이 지나서 견인차를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차를 안 고치면 당장 내일부터 학교가는데 문제가 생깁니다. 급하게 교인이 추천하는 곳으로 차를 견인하고,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니 7시가 넘었습니다. 온 몸이 다 젖었습니다. 아들일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딸이니까 그렇게 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쳐보겠다고 이리 저리 만져보았기 때문에 손도 더러워 졌습니다. 애 엄마가 가서 딸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저를 보자마자 딸 아이가 했던 첫마디가 “난 아빠 없으면 못살아”였습니다. 옆에 있던 집사람이 “너 나중에 결혼하면 그 남자 없으면 못산다고 할 걸”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한마디에 온몸이 땀에 젖은 것도, 힘든 것도 잊어버렸습니다. 다음날 오후 늦게야 고쳐진 차를 가지러 갈 때에도, 딸애와 같이 가는 그 20여분의 길이 참 행복했습니다.
교인에게 책을 한권 빌려줬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본회퍼의 ‘나를 따르라’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본회퍼 책과 함께 돌려주면서 그 안에 편지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책을 빌려준 것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본인이 저에 대해서 느꼈던 이야기, 그리고 제가 짧은 시간 이야기했던 김인수 교수님의 말씀 때문에 여름을 잘 보낼 수 있었다는 글이 있었습니다.
김인수 교수님의 이야기는 “젊었을 때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열심히 한사람은 평생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하고 살고, 젊었을 때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하고 산 사람은 평생 자신이 원치 않는 일만 하고 산다”는 말씀입니다. 한국에서 젊은이들 수련회에 가면 늘 외치던 이야기 였습니다. 그때, 고등부 부회장이었던 아이가 그 이야기를 벽에 붙이고 힘들 때마다 좋은 미래를 꿈꾸며 어려운 시기를 이기고 제가 미국에 왔을 때 대학생이 되어 감사편지를 보냈습니다. 그 이후에 다시 그 이야기로 한순간을 열심히 이겼다는 말을 듣게 된 것입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 따뜻한 카드의 문구는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따뜻한 한마디, 따뜻한 한 구절이 사람으로 숨 쉬게 만드는 구나‘ 그랬습니다. 딸의 한마디가 아비로 사는 삶에 생기를 넣어 주었습니다. 교인의 따뜻한 글이 목사로 사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게 만듭니다.
가끔은 따뜻한 소리가 날카로운 소리보다 더 깊게 다가옵니다. 가볍게 한 말인데, 다른 사람의 인생에 무거운 깊음으로 들어옵니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가 봅니다. 딸아이의 한마디가 그녀석이 섭섭하게 했던 것들을 잊게 만들고, 한교인의 따뜻한 격려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오늘은 누구에게 따뜻함을 전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