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밤에 큰아들 예석이가 한국으로 떠났습니다. 8월 초까지 연세대학교에서 계절학기 과목을 듣고 9월에는 한국 군대에 입대할 예정입니다. 군대를 보내는 것을 말리는 분들도 계셨고, 특히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의 반대가 심하셨습니다. 제가 아들을 군대보내는 것이 무슨 애국심 때문이냐고 생각한다면 결코 그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저는 제 아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당당하게 가는 것을 원합니다. 저는 예석이에게 제안을 했고, 예석이가 지난 12월에 동의하였습니다. 물론 큰 어려움이 많습니다. 학교를 2년동안 휴학을 해야하고, 한국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쓰는 것이나 듣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2년간의 군대생활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얻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은 제 욕심으로 아들을 희생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예석이의 아빠입니다. 어느 누구보다 아들을 위하고 그 아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치룰 각오를 하는 아비입니다.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지난 주일 밤에 온가족이 샌디에고로 하루를 보내기 위하여 떠났습니다. 늘 가족여행을 하면 가장 싼 모텔에 머물렀었는데, 그날은 괜찮은 호텔에 머물렀습니다. 아들과 함께 편하게 하루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다섯이서 같이 걸어다니고, 사진도 찍고 식사를 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세끼 식사를 온가족이 같이 한 것입니다. 점심 식사는 아주 근사한 곳에서 아들과 딸이 내는 것을 대접받았습니다. Fathers day선물이라는 것입니다. 좋았습니다. 예림이도 이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석이도 자신의 앞날에 대해서 선택을 할 정도로 어른이 된 것 같았습니다.
월요일 밤에 이번 2년에 대한 저의 마음을 이야기 했습니다. “편한데 가려고 하지 마라” 편하게 2년 보낼 것이면 보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제가 군대에 가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군대에서 최선을 다해서 보내면 훗날 꼭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것... 2년이 길게 보면 결코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니, 꼭 최선을 다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화요일 밤, 정확히는 수요일 0시 50분에 가는 비행기로 한국을 나갑니다. 집사람과 함께 9시쯤 공항에 나왔습니다. 집사람이 절대로 울지 않을 것처럼 마음을 다집니다. 시간이 되어 아이를 보내려고 하고, 집사람과 같이 일어섰는데, 예석이가 울기 시작합니다. 유난히 정이 많고, 다른 사람 아프게 하는 말을 못하는 아이! 늘 순종하며 살았던 녀석이 그렇게 심하게 웁니다. 집사람도 같이 울기 시작하는데, 얼마나 울던지 갑자기 예석이가 코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쩔 줄 모르고 우는 집사람과 예석이를 보면서 오래전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절대로 제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시던 어머니! 군대 간다고 인사하는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던 분이 택시를 타고 떠나면서 뒤를 돌아보니 아버지 품에서 우시는 것입니다. 그날 집사람의 모습에서 그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의 결정에 늘 격려하며 따라주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아들을 보내는 마음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돌아오는 내내 슬픔에 겨워 울다가 지쳐 잠이 든 집사람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그러나 그날 밤 정작 잠을 못 이룬 사람은 아내가 아닌 저였습니다. 저 또한 예석이의 아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