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하면 우리들에게는 2002년 월드컵이 떠오를 것입니다.
4강 신화!
신화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이었는데 이루었다는 뜻일 것입니다.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행복하게 했던 2002년이 지난지 16년이 흘렀건만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은 여전히 월드컵 4강입니다. 아니 엄밀한 의미에서 기대치가 4강이지 수준이 4강은 아닙니다.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이상의 기대치를 생각합니다. 만약에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면 감독도 선수들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공항을 제대로 나오지도 못합니다.
어쨌든 한국 남자들은 모이면 축구이야기, 군대이야기를 한다고 했는데, 월드컵이 열리는 요즘은 남녀를 불문하고 축구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토요일 예배 후 몇몇 교인들과 함께 멕시코 전을 같이 보았습니다.
같이 응원을 하다보면 사람들의 특징이 나타납니다.
그중에 고정은 집사님!
어느 누구의 해설보다도, 어느 아나운서의 추임새 보다 더 현장감있게 분위기를 만듭니다. 마치 경기장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코치가 된 듯이, 선수가 된 듯이, 탄식도 하고 잔소리도 하시고.. 져서 걱정했는데 경기를 진 후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멕시코 형제인 루이스에게 격려하고 웃으면서 축하합니다.
경기중 제니 홍 집사님이 얼굴을 내밀고는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저는 멕시코가 이기길 원해요. 다음 주에 멕시코 선교를 가거든요”
저는 그런 넉넉함이 좋습니다. 사실 내심 걱정이긴 했습니다. 우리가 멕시코를 이기면 어쩌나?
별 걱정을 다하게 되지요.
엄밀한 의미에서 그건 헛된 기대일지 모릅니다.
헛된 기대는 잠시 동안 희망을 줍니다. 토요일을 기다리는 우리에게는 그런 희망이 있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실력이 안된다면 그것 헛된 기대일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떨어져도 거는 기대치가 있다면 어떻게 되겠지 라는 생각 입니다. 누구 말처럼 축구공은 둥글기 때문에 종료 휫슬이 울리기 전에는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이 둥글기 때문에 그만큼 기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가끔 남미 선수들이 축구하는 것을 보면 공이 붙어다닌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요즘은 유럽선수들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4년 동안 준비하는 것만큼 다른 나라들도 준비합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선수들이 각 나라에 포진되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손흥민 선수마저도 자신이 소속해 있는 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것을 경쟁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눈도 객관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주는 것입니다. 지면 안 속상하냐구요? 무지하게 속상합니다. 그래서 경기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멕시코 전이 끝난 후 그냥 바닥에 누워버린 선수들을 보면서 정말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박수를 쳐 주는 것이 맞습니다. 헛된 기대가 아닌, 어떻게 되겠지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두 번째 경기는 우리가 졌어도 당당한 경기였습니다. 저는 그런 경기가 행복합니다. 그런 삶이 행복합니다.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고 우리 선수들이 고개 빳빳히 들고 공항에 나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