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6월부터 깊은 수렁을 지나갔습니다. 갑자기 허리가 아파오자 많은 것들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 오면서 우울증은 아니지만 자신감이 확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방법을 써도 허리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교회에서는 새벽예배를 나오지 말라는 특혜와 한 달간의 휴가를 주셨습니다. 목사를 배려해 주는 분들과 당회를 한다는 것은 축복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교회적인 상황은 그렇게 쉴 수 있는 상황이 못 되었습니다. 일은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자 온 것은 고독이었습니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더 외로워졌습니다. 이러다가는 침륜에 빠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강제적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도록 한다면 게을러지지 않을 것이다 생각했습니다. 마침 라디오에서 계속해서 어떤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예수전도단에서 하는 DTS(제자훈련)이었습니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BEDTS는 목요일과 금요일, 혹은 토요일까지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무려 7개월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25년 전에 받았던 훈련, 제가 데리고 있던 대부분의 간사들이 예수전도단 출신들인데, 반대로 그들에게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일... 오래전에 훈련받았던 그것을 또 다시 훈련받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아닙니다. 다만 강제적이라도 나를 묶어두어야 하겠다는 절박함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등록은 하고 처음 참석했을 때부터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를 아는 분들이 너무 많은 것입니다. 제 중보기도를 듣고 팬이라고 하는 분이 간사님이셨습니다. 그런 곳에 목사가 오면 “저 목사가 왜 왔나”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저 또한 그 자리에 있으면서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나라는 생각을 하곤 하였습니다. 새벽에 나가 파김치가 된 상태로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강의는 들어오지 않고 멍하게 그 자리를 지키다 오곤 하였습니다. 강사로 온 분들 중에 한국에서부터 교제했던 분들, 우리 교회에 왔던 강사들까지 익숙한 것을 다시 듣는 것이 시간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 눈에 들어 온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삶의 절박함을 가지고 그 자리를 찾아오신 분들입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주님의 뜻을 알고자 오신 분들...
아 이분들을 보라고 저를 부르셨나 보다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훈련을 받는 동안 잠을 더 줄여야 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밤에 가서 훈련을 받는 동안 눈이 감기는 것을 억지로 참고 모범이 되려고 맨 앞줄에 앉아 뒤 한번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다행한 것은 하나님이 그렇게 6개월이 넘어가는 동안 아파도 이겨나가게 하셨고, 교인들은 제가 그렇게 밤마다 훈련받는 줄을 모르고 지나가도 될 만큼 목요일 금요일에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2개월이 남았습니다.
DTS훈련의 하나가 단기 선교입니다. 멕시코의 선교사님께 가서 마약하는 분들, 고아원, 양로원등에 가서 열흘 동안 섬기고 오게 됩니다. 제 허리는 약을 먹지 않으면 30분 서있는 것도 힘듭니다. 무리하며 가는 것이 맞습니다. 목사도 아닌 일반 회원으로 형제로 가서 섬깁니다. 제가 그곳에서 주님을 더 사랑하길, 같이 가는 분들을 잘 섬기고 돌아오길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