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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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박윤필 집사님2024-02-07 11:14
작성자 Level 10

제가 나온 고등학교는 유명한 고등학교도 아니고 제가 가고 싶었던 학교도 아닙니다. 아니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 부모님이 보내고 싶었던 학교가 아니었습니다. 동국대학교 부속중학교를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교에 대해서 접하게 되었고, 불경을 공부하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독경도 하게되고, 열심히 쫓아다녔습니다. 졸업을 하게되면 자연스럽게 동국대학교 부속고등학교를 가게 될 것 같으니, 어머니가 불법을 행하며 기독교 학교인 대광고등학교 바로 붙어있는 곳으로 주소지를 변경하였습니다.(이사를 가지 않고 제 주소지를 옮긴 것입니다). 주소가 대광고등학교 바로 옆에 있는 곳이라 100% 대광고등학교 가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용문고등학교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졸업한 용문고등학교! 어느 날 설교시간에 졸업한 학교에 유명한 사람이 몇몇 있는데, 개그맨 유재석, 축구선수 황선홍... 등을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당 오른쪽 맨 뒤의 기둥에서 박윤필 집사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그리고는 “아무래도 목사님이 내 후배인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시절에 동문회를 가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 동문을 만난 것은 대략 20여년만의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미국에서 말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후배인 것을 안 이후부터 박윤필 집사님께서 한 의리있는 행동은 교회에 빠지시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랬습니다. 교회를 빠지지 않으셨습니다. 어느 날 어버이회 야유회를 갔다가 오는 길에 “목사님! 내가 이제야 예수님을 믿는 것 같애”라고 말씀하실 때가 3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는 권사님도 살아 계실 때의 일이었습니다. 

말씀이 없으시고 교인들과 어울리시지도 잘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늘 꼿꼿하게 마치 조종사의 제복을 입은 분처럼 깔끔하고 단정하셨습니다. 권사님이 갑자기 돌아가신 다음부터, 훗날 천국에서 권사님 만나면 부끄럽지 않겠노라고 하시면서 작년 3월부터 화요 긍휼사역에 나오시고 토요일 새벽예배를 나오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그때는 이미 암환자였습니다. 왜냐하면 일년 만에 암 말기에 온몸에 퍼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사셨습니다.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고 하셨고, 절대로 시간에 늦는 법이 없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소원이 “몇 달만 좀더 살면 미안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좀 주고 가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 소원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참 다행스럽게도 지난 화요일 어버이회 모임을 가진 후에 많은 어른들이 집사님을 뵈었습니다. 돌아가시기 5시간 전의 일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손녀 해나가 학교 끝난 후에 인사를 하였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집사람을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병원과 집이 멀지 않아, 빨리 가서 집사람을 데려왔습니다. 그때까지 살아계시기를 기도했었습니다. 사모로 삶과 죽음의 현장에 서 있다는 것을 목도하는 것이 얼마나 깊은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목사와 사모가 보는 앞에서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리고 보내드린 그날 밤! 밤새도록 박윤필 집사님의 꿈을 꾸었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셨습니다. 정말 환한 모습으로 손을 흔드셨습니다. 마지막 인사는 다시 보시겠다는 것입니다. 교인들을 향한 인사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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