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선교 잘 다녀왔습니다. 4년전 브라질에서 개에게 물린 이후로 개짓는 소리에 깜짝 놀라곤 하였습니다. 무서워하지는 않았지만 길을 가다가 개를 발견하면 지나갈 때까지 멈춰서는 일이 오랫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이번에 간 멕시코지역에는 개들이 참 많았습니다. 집집마다 개를 3,4마리 키우는 것은 보통이었고 선교단체에는 무려 9마리의 큰 개가 있었습니다. 멕시코의 개들은 미국에 있었으면 호강했을 개들도 많습니다. 선교단에 있는 개들 중에는 세퍼드, 달마디안, 핏불 등이 있고 다른 종들도 괜찮았는데, 개들이 저를 보고 짓을 뿐만 아니라 세퍼드는 우습게 여기며 달려들었습니다. 같이 간 분들 중에는 그 무서운 것들을 너무 쉽게 만지고 장난치는 것입니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개들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주인의 부름에 달려오는 개들... 먹을 것을 받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들...
그리고 제가 먹을 것을 주기 시작하자, 개들이 주변으로 모이기도 했습니다. 선교사님 사모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개는 혼내면 멀리 가더라도, 이름만 부르면 꼬리치며 달려온다고... 그렇게 사랑스럽다고 말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개만도 못하다...
그렇습니다. 신앙적으로 개만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섭섭하면 섭섭하다고 삐지고, 섭섭해 하고... 늘 일상이 싫다고 투정이나 부리고... 하나님 보시기에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선교지에 가면 단순해서 좋습니다. 가끔 문자를 확인할 수는 있어도 컴퓨터 없이 보내는 시간들... 아침에 묵상으로 시작해서 하루 종일 하나님과 교제할 수 밖에 없는 시간들... 그 안에서 단순함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해지니 묵상도 더 깊어졌습니다. 하나님과의 대화도 좋아졌습니다. 마치 개가 주인을 바라보듯 하나님만 쳐다보아야 하는 상황이 좋았습니다. 걷다가 힘들어 팀들은 전도하러 올라가고 저만 뒤쳐져 하늘을 보고 있는 시간도 좋았습니다. 달동네 같은 그 지역은 한국의 70년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었습니다. 거기에는 내 부모님과 보내었던 집같은 곳도 있었고, 흙먼지 날리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제 모습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만남도 좋았습니다. 정확하고 올바른 누나같은 분, 그리고 귀한 형님같은 분, 그리고 귀한 친구같은 동생들... 그분들과 한마음으로 만들어갔던 시간들도 좋았습니다. 결정권이 없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내가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방문하였던 서진원 선교사님이 만드셨던 곳...그곳에서 사모님을 뵈었습니다. 서진원 선교사님은 이년 전에 암으로 돌아가시고 그리고 작년 이맘때쯤 큰 아들이 갑자기 죽었습니다. 사모님을 어떻게 뵈어야 하나 생각하면서 방문했습니다. 그곳은 선교사님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우울증에 걸리고 힘들어 악을 쓰시면서 버티기에는 너무 아픈 곳입니다. 그런데, 그 자리를 지키고 계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살다보면 위로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그 외로운 자리에 계신 사모님의 모습에서 왠지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 우리에게는 갈곳이 없구나. 숨을 곳도 없구나. 주님이 머물라고 하시는 그곳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인생이구나....
그때 그곳에서 가나안교회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짧았던 기간같은데 참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