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연령이 점점 더 높아집니다. 오래 같이 생활하다 보니 나이가 드신 줄도 몰랐는데 어느 새인가 80이 넘어가는 분들이 계십니다. 처음 뵈었을 때는 60대 이셨는데 말입니다. 저희 교회에서 가장 나이가 많으신 분은 여자로서는 송동호 권사님이십니다. 1924년생 이시구요. 두 번째가 윤귀례 권사님이십니다. 1925년생이십니다.
두 분다 지병이 있으시지만 그래도 건강하신 편입니다.
송동호 권사님은 나이가 저희 교회에서 가장 많으심에도 불구하고 청력, 시력, 기억력이 말도 못할 정도로 좋으십니다. 권사님에게 근래에 아주 놀라운 간증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얼마 전 하나님을 아주 친밀하게 만난 것입니다. 너무 생생하게 하나님이 권사님을 사랑하시는지를 경험하시고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렇게 하나님이 좋은지 깨달았을 때, 하나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깨닫게 되었을 때 그래서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빨리 하나님이 데려가셨으면 좋겠다” 말씀하셨습니다. 머무시는 병원에 욕쟁이 할머니가 계신데, 그분을 요즘 품고 가실만큼 따끈따끈하십니다. 저는 94세에 하나님을 그렇게 뜨겁게 만난 분을 별로 뵌적이 없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권사님의 소망은 ‘빨리 하나님께 가는 것’입니다.
윤귀례 권사님은 93세이십니다. 건강하셨는데, 얼마 전 넘어지시면서 고관절이 부러지셨습니다. 그리고 수술하셨는데, 어떻게 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는지 모른다고 하실 정도로 기억력이 감퇴하셨습니다. 젊은이들도 힘든데, 그 연세에 얼마나 아프고 힘드시겠습니까? 심방가서 기도해 드렸는데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나의 요즘 기도는 하나님 제발 빨리 데려가 주세요. 편안하게 죽게 해주세요”기도해 달라고 하십니다.
얼마나 또릿또릿하게 말씀하시는지 하나님이 빨리 안 데려 가실 수도 있으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자리에서도 “잠든 듯 돌아가게 하옵소서” 였고 돌아오는 길에 ‘하나님 권사님 빨리 데려가 주세요’였습니다.
한 시간을 남아 이야기 나누고 돌아오려고 했습니다. 입도 자꾸 마르시고 혀도 꼬이시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 손을 놓치 않으셨습니다. 삶속에 있었던 말씀을 끄집어 내시는데 7년이 걸렸습니다.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다 들었습니다. 아니 다 들은 것 아니었을 것입니다. 인생 가운데 가장 아팠던 삶의 흔적을 다 말씀하시고는, 이젠 다 괜찮다고 말씀하십니다. “다 용서했으니 이젠 하나님나라 가서도 편하게 만나실 수 있겠다”하셨습니다.
늘 보내는 삶을 살아야 하는 목사의 인생이 고달픈가?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제손을 붙잡고 더 이야기 들어달라고 말씀하신 권사님의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두 분이 돌아가신다면 정말 넉넉한 마음으로 보낼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