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B라는 제목의 책이 많이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플랜B를 가져라’는 책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책들 속에 플랜 B라는 말이 나옵니다. 플랜 B는 플랜 A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계획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플랜 A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계획을,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소위 말하는 ‘비상’의 계획을 플랜 B라고 말을 합니다. 미국의 대형교회일 뿐만 아니라 교계에 좋은 영향을 미친 크로스포인트 교회의 피트 윌슨 목사가 9,11일 기념예배 때에 본인이 사임하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이유는 탈진되어서 더 이상 목회를 할 수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기에는 그의 나이 갓 40밖에 되지 않은 목사님이십니다. 그분이 쓰신 책들의 제목은 지금 피트 윌슨 목사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서 쓴 책들입니다. ‘두려움이 속삭일 때’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위기의 순간에 플랜 B’그의 책은 따뜻하고 사람에게 위로를 줍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탈진했다라는 것입니다. 교인들에게 사임의 이유를 “나는 공허함 가운데 목회하였습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정작 다른 분들을 위로하고 설교자로 서 있었지만 본인은 우선순위를 놓치며 살았다고 했습니다.
올해는 저는 많은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목회 16년에 처음으로 몇몇 가정이 자의적으로 교회를 떠나는 것을 경험한 것입니다. 한두 가정이 떠난 적은 있지만 올해처럼 몇몇 가정이 한번에 나간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마음고생이 많았던 시간입니다. 참 공허하고 무능함을 겪었습니다. 두 번째는 5 개월 여를 공사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입니다. 화장실, 사무실, 그리고 에어컨디션, 외부 공사등... 물론 제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시는 분들 못지않게 생각을 많이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5월부터 새로운 분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바짝 긴장하며 목회를 하였습니다. 공사하면서 좋아진 분위기는 교인들에게 활력과 더불어 새로우신 분들이 그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정작 저는 그렇게 보낸 상반기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플랜 B가 필요했습니다. 당회에서 지난 7월에 저에게 휴가 한 달을 주자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의 모습은 지쳐있었습니다. 아니 저는 모르는데 장로님들 보시기에 그렇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아주 정확히 보신 것입니다. 그러나 7월에는 결론을 못 내고 다음번에 다시 의논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9월 당회에 다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 달은 어렵고 이주를 쉬기로 했습니다. 더구나 어머니가 오시기 때문에 어머니와의 시간도 보낼 수 있기에 감사를 드립니다. 어떤 것을 결정할 때 제가 생각하는 것은 교인들의 입장입니다. 저희 교단은 목회자의 일 년 휴가가 한 달입니다. 그것도 교회의 의무조항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쓰는 목사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교인들 중에 한 달 휴가를 할 수 있는 분들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해를 구합니다. 플랜 B까지는 아니고, 한주일은 엄마와 원 없는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다른 한 주는 제가 좋아하는 곳에서 며칠을 보내다 오려고 합니다. 가나안 가족들의 양해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