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하는데 딸이 갑자기 물었습니다. “아빠 내가 21살이 되면 치맥을 먹어도 돼?” 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치맥이 뭐냐고 했더니, 치킨과 맥주라는 것입니다. 한국 드라마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끌어, 중국사람들이 요즘 한국으로 치맥을 먹으러 집단으로 관광을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뭐 물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목사와 딸의 대화로는 좀 그렇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왜 21살이야?”
“미국법은 그때부터 술을 마실 수 있대”
“그럼 네가 대학교 4학년이나 돼서야 그럴 수 있는거네. 앞으로도 2년은 기다려야 되겠네”
“그러면 지금 해봐도 돼?”
“네 주변에 예 수님 믿는 친구들 중에 그런 친구 있어?”
“아니 없어”
“그런데 왜 물어?”
“아니 맛이 어떤가 궁금해서. 아빠 앞에서 먹어야지, 다른데 가서 먹으면 안되잖아”
맞는 말 같기도 하고 말이 안되는 말 같기도 하고....
그러나 미국의 법을 지킨다는 말에 기득했고, 그 궁금한 것을 21살까지 지키겠다고 하니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목사의 자녀로 산다는 것....
20대에 한 번도 해보지 못했지만 늘 하고 싶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술 한 잔 하며 인생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부러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감히 상상도 못하는 일인지라 그랬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밖으로 돌았습니다. 예수님을 몰랐고, 고민은 많았던 시절입니다. 술 마시는 것을 부모님께 들키지 않기 위하여 늘 담을 넘어 집에 들어가야 했고, 아침에 식사할 때 술 냄새가 안 나기를 그렇게 노력해야 했습니다.
물론 어머니는 늘 알고 계셨지요.
훗날 어머니께 “엄마 왜 그렇게 술 먹고 들어와도 이해했어?” 라고 물었을 때 “어짜피 목사 될텐데, 그래야 그렇게 술 먹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이해할 것 아니냐”고 하셨을 때 얼마나 고마웠던지....
딸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아빠가 술을 마실 땐 하나님을 못 만났을 때다. 술은 구원과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러나 넌 이미 예수님도 만났는데 굳이 그 맛을 알 필요가 있을까?”
집사람이 옆에서 그냥 웃고 있다. 딸이 한마디 더 붙였습니다. “나는 아버지 무서워 밖에서도 감히 그렇게 못해”
내가 그렇게 무서운 아빠인가 싶어 “그럼 엄마는?”
“엄마는 뭐든지 이해하지”
어쩌면 제 앞에서 치킨에 맥주를 처음으로 먹어 볼 딸의 모습을 볼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참 감사했습니다. 저는 감히 아버지에게 물어보지도 못할 이야기를 딸이 물어 보았다 라는 사실입니다. “너 그래서 알콜중독 되고 하면 어떡하니?‘ ”아빠! 난 그냥 그 맛이 어떤 건지 궁금한 거야“ ”사람들이 다 치맥을 먹는다는데 그 맛이 뭔지 말이야“ 21살이 되려면 앞으로 2년이 남았습니다. 2년 후를 걱정해야 하는 목사는 참 불행합니다. (이글 읽으시고 예림이에게는 비밀로 해주세요)